벌써 중복이 지났다. 중복 인지도 몰랐는데 달력을 보니 중복이라는 글씨가 써져있음을 확인했다. 어제가 중복이었구나.. 어쩐지 엄청 덥더라니.. 말복은 지나야 좀 서늘해지려나. 나는 얼마 안 남은 7월의 달력을 본다. 대체적으로 30도가 넘는 더위가 지속되고 있다. 와 이제 우리나라도 더울 땐 30도는 기본적으로 올라가는구나.. 작은 아이는 나가자고 재촉을 하는데 이 더위에 나가서 지켜볼 자신이 없는 난 망설인다. 나가고 싶지 않아.. 내면의 외침을 애써 무시하지 못하고, 지는 척 집에 있는 중이다. 아들아 엄청 덥대.. 내 맘도 아는지 모르는지 아들은 나가자고 재촉하고, 나는 못 나간다고.. 이 더위에 나가면 엄마 쓰러진다고 반 협박을 한다. 유치 찬란. 그거 한번 나가주면 될걸 가지고 끝까지 버틴다. 어쩔 수 없다. 아무리 사랑하는 자식이라고 해도 더운 건 이길 장사가 없으니.
확실히 방학이 되니 나도 늘어진다. 일어나는 시간은 똑같은데, 자는 시간이 일정치 않다. 하루 종일 아이들과 있다 보니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밤에 잠을 안 자려고 기를 쓴다. 매번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니 오전이 피곤하다. 대체로 그럴 땐 아침밥은 대충 차린다. 문제는 너무 일찍 먹으니 또 낮이 되기 전에 아이들이 배고파해서 결국 밥을 차린다. 아침에는 따지고 보면 밥을 두 번 차리는 셈이다. 나도 참 어리석지. 제시간에 주면 될걸, 귀찮다고 일단 빵부터 먹여놓으니 정작 아침 먹을 시간엔 또 허기진 셈이다. 좀 기다렸다가 제대로 차려주면 되는 일을 늘 이렇게 두 번씩 하면서 후회를 한다. 어쩔 수 없다. 원래 사람이란 다 그런 법이지. 하며 나는 애써 그런 어리석은 나를 부정한다. 피곤하다는 핑계를 대며.
마트에 갔다 오는 길에(마트 정말 좋아한다. 대체 글에 마트를 몇 번이나 쓰는 건지?) 큰아이에게 줄 게임팩을 하나 샀다. 매번 하는 게임이 지겨울 법도 했다. 한동안 안 사준 지 좀 되기도 했고, 방학 스케줄대로 불평불만 없이 잘 움직여준다. 기특하기도 하지. 싫을 법도 한데, 아직까진 해야 할 일을 미룬 적이 없다. 게다가 신발정리까지 가끔 해준다! 얼마나 고마운지.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속으로는 엄청 대견하게 느낀다. 아들이 그저 불평불만 없는 걸로도 감사하다. 아직은 방학이 괜찮다. 이제 좀 더 지켜봐야겠지. 어떻게 방학이 끝날 런지. 서로 지겨운 채로 끝이 날지, 아니면 좀 아쉬운 채로 끝이 날지는 지내봐야 알 것 같다.
요즘엔 책을 읽는다. 아침에 깨면 비몽사몽 한 채로 읽는터라 읽은 내용들이 머릿속에 박히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그래도 일단은 펴고 읽는다. 그리고 집안일은 좀 미루고 미뤘다가 한다. 방학이니 나도 느슨해지는 건지, 더워서 늘어지는 건지 어쨌든 그 와중에도 책은 꼬박 읽고 있다. 읽으면서 느끼는 점은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많다.라는 것이고, 관계라는 건 알면 알수록 복잡하고 어렵구나.라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해답을 찾아야 하는데 오히려 책을 읽으면 더 생각이 깊어져서 어려워진다. 역시 아무리 좋은 책이라고 해도 모든 문장들이 다 마음으로 와닿는 건 아니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너무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은, 여전히 어렵다.
그래도 읽는다. 엄마의 시간을 모두 살림에 쓰라는 법은 없으니.
아이들은 시간을 정말 분단위로 쪼개서 쓰는 법이 없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한다. 나는 아이들이야말로 제일 창의적인 시간을 보낸다고 느낀다. 뭘 하든, 아이들은 창의적이다. 역시 움직여야 한다. 그에 반해 게으른 나 같은 어른은 시간을 가끔 허비할 때가 많다. 창의적이지 않다. 가만히 있는 게 제일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라는 어른은 그런 아이들이 굉장해 보인다. 가위로 색종이를 자르는 것도, 게임 하나를 시작하는 것도, 아이들은 뭔가를 끊임없이 한다. 그러면서도 심심해하는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심심하다고 한다. 대체 어떻게 놀아야 심심하지 않을까? 나는 심심해하는 아이들을 보며 의문에 떠오른다. 저렇게 움직이면서도 심심하다고 하다니! 어려운 책만큼이나 어려운 과제가 주어진 느낌이다. 결국 나가서 곤충이라도 봐야 하나. 더운 날에 곤충들도 쉬고 있지 않을까. 뭐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엄마가 의무적으로 뭐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나 보다. 아이들은 그냥 심심함을 표현한 것뿐인데, 뭐라고 해야 할 것 같은 이 기분은 뭐람.
저녁은 뭘 해야 하나. 뭐라도 해야 하루가 이제 마감될 텐데 말이다. 움직이지 않고 생각만 하는 걸 보면, 확실히 내가 게으른 어른은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