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는 동시집의 끝을 보고 새로운 동시집을 사러 서점에 갔다.
문제집 출판사에서 영업 나온 영업사원에게 붙잡혀서 한참을 영업을 듣기 전까지는 기분이 좋았는데, 서점에 가서 그 얘기를 들어주느라 시간을 뺏기니 점점 기분이 상하고야 말았다.
중요한 건 거절의 표시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영업을 하려는 그 이모님의 억지에 좀 더 왜 단호히 거절하지 못했는지 나 자신에 대한 한심한 생각 때문에 기분이 상했던 것이었다.
동시집을 고르기에도 모자란 시간이었는데, 그 시간을 영업사원에게 쓰다니. 괜찮다고 필요 없다고 왜 거절하지 못했는가! 한탄하며 운전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어찌 되었든 동시집은 골랐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것도 내 양손에는 거절하지 못한 팸플릿과 함께 말이다.
또 어떻게 생각해보면 그 사람은 나름대로 일을 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영업이란 모름지기 모르는 사람에게도 마치 어제 본 사람처럼 친절하고 상냥하게 굴어야 되는 것인가. 사람을 대하는 일이 제일 피곤한 일인데, 대단한 따름이네.라는 생각이 이제 와서 드는 것도 웃긴 일인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피곤하다 생각해놓고 말이다.
태블릿은 아이패드 하나로 충분한 우리 집에는 더 놓을 생각은 없지만, 어떻게 보면 한 명이라도 영업을 하려면 하루 종일 서서 똑같은 말을 반복해야 하는 그 영업사원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 쭈삣거리다가 하루를 다 보낼지도 모른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다가 한 명 정도 성공하게 되면 나도 그렇게 유창하게 말할 수 있을까. 갑자기 영업사원이 되어있는 나를 상상해보기도 한다. 뭐든 다 닥치면 하게 되는 법. 그 사람이나 나나 별 다를 게 없는 한 인간이고, 상황에 처해지면 어떻게든 하게 되어있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같은 듯하다.
그래, 나나 그 사람이나 다를 게 없다.
나는 갓 내린 캡슐커피를 마시며 끄덕인다.
방학이 끝난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이 새삼스레 반가워진다.
그 영업사원은 한 학년 더 올라가면 과목도 많아지고 공부해야 할 것도 많아진다면서 걱정을 잔뜩 늘어놓았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사람 말대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 하나.
이리저리 휘둘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데도, 아이에 관한 일이면 어찌 되었든 귀를 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인가 보다.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마.'라는 마인드를 언제까지 가지게 될지는 미지수지만,
'그래도 해야 해.'라고 생각하는 내 아이의 마인드도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모르겠다.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 앞을 내다보는 미래의 일이랄까.
그래, 내일 당장 일어날 일도 모르면서 벌써 내년의 일을 걱정하고 있다니.
이렇게 걱정할 시간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서 로또나 사 와야지.
당첨이 되면 무슨 빚부터 정리해야 하나 행복한 고민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