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많이 온다. 아침에 아이 유치원 버스 보내는데 비가 꽤 많이 와서 애를 먹었다. 오늘따라 버스는 왜 이리 또 늦게 오던지.. 내일은 유치원에서 곧 있을 추석 행사를 할 예정인데 비 오면 어떻게 한복을 입혀야 하나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어쨌든, 아이들은 태풍이 겁난다고 하면서도 갔다. 가긴 갔다. 그건 마치 옛날 우리 엄마가 천둥 번개가 몰아쳐도 학교를 가야 한다고 했던 것 같은.. 갑자기 옛 생각이 왜 나는 건진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인 건지. 보내긴 보냈다.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태풍이 와서 걱정이다. 농작물도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좋겠고, 물가도 좀 덜 올랐으면 좋겠는데 맘처럼 날씨가 쉽지 않다. 알 수 없는 게 사람 마음뿐만은 아닌가 보다.
언제 끝나려나 했던 남편의 교육기간이 끝났다. 정시출근 정시퇴근도 이제 교육과 같이 끝났다. 오늘부터 일을 나가던 남편은 한숨을 푹 내쉬며 나갔다. 그렇게 일하기 싫으냐 했더니 그렇단다. 나도 그래.라고 했다. 나도 정시퇴근이던 남편은 이제 볼 수 없는 거네. 한숨이 후- 쏟아진다. 이제는 언제 퇴근할지 모르는 남편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게 일이 되었다.
가끔 예전 동네에서 살던 때를 떠올린다. 앞이 보이지 않던 그때와 지금이 뭐가 다를까. 나는 여전히 똑같은 것 같다. 지금이나 그때나 앞이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 그럼에도 그 첫 신혼집과 동네가 가끔 생각난다. 나중엔 그 집을 나오면서 울기도 했었다. 내가 이 집을 진짜 떠나는구나. 너무 이상해. 하면서. 집주인 아주머니에게도 잘 살았다 울먹이며 전화를 걸었던 것 같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집에 정이 쌓여있었던 듯하다. 그리고 이곳에 와서도, 두 번째로 옮긴 집을 아직도 가끔 생각한다. 그곳에서의 첫 집과, 이곳에서의 첫 집은 아마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을 듯하다. 나는, 그렇게 가끔 과거를 회상하고, 기억한다. 그리고 매만지고 싶은 감정이 든다. 그건 꼭 오래된 일기장을 만지듯이 아주 조심스럽게 그리고 조금 설레는 마음으로.
지금은 가끔 이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첫 신혼집에서는 엄두도 못 내던 이사를 지금은 뭐에 홀린것마냥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사도 돈이라는 엄마의 말에 입도 뻥긋 못하는 나지만, 사람이 신기하게도 한번 움직이는 게 쉽지 않지 움직이다 보면 그것도 이제 그런가 보다 하게 되는 거다. 이사도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물론 아이가 학교를 다니니 쉽진 않지만, 꼭 한 곳에서만 살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조금 내려놓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사람은 어디서든 다 살게 되어있으니 말이다.
이사도 가고 싶고, 옛 집도 생각이 나고, 남편이 그리운 오전이지만, 생각으로만 그쳐야지. 라며 다짐한다.
청소가 하기 귀찮은 꿀꿀한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