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랜만에 아이가 아프다. 환절기라 그런지 콜록거리더니 그새 기침이 잦아진다. 나는 얼른 병원에 데리고 가서 진료를 받고 아이의 작은 손을 잡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은 할로윈 파티를 유치원에서 한다는데, 저렇게 기침해서는 갈 수는 있으려나 싶다. 그렇게도 기대하던 파티인데 말이다.
환절기. 가을이 오고 있음을 몸소 체험하는 시기이다. 곧 겨울이 오겠구나, 차가운 바람에 코 끝이 시리다. 그새 낙엽들이 바스락 거리며 발에 밟힌다. 아파트 나무들은 이제 월동준비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가을이 오는구나, 싶다가도 경량패딩을 입어야 하는 날이 오면 벌써 겨울인가 싶다. 계절은, 내 생각보다 빨리 지나가고 다가온다. 나는 시간의 흐름에 더디게 사는 여자같이 군다. 반팔을 입었다가, 긴팔을 입었다가, 반바지를 입었다가 한다. 날씨의 무관한 나의 맹한 성격이 음.. 싫지만은 않은 것 같다.
다이어트를 했다가 혹독한 감기에 걸리고 나서 깨달은 건, 사람은 아주 기본적인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탄수화물 끊었다고 살이 빠지는 것도 아니고, 되려 면역력만 약해져서는 약값으로 돈이 더 들었다. 물론 몸은 몸대로 더 망가져서 회복도 쉽지 않다. 으휴, 그 살이 뭐라고 대체 나를 이렇게도 자꾸자꾸 내몰고 있는 건지. 조금만 빠지면 좋겠는데, 그 조금이 어려워서 여태껏 이러고 있다. 나만 그런 건 아닐 거다 아마도.
초식동물처럼 샐러드만 먹었다가 겨우겨우 기어가서 주사 한방 맞고 온건 다름 아닌 감기 때문이었다. 지독했던 몸살감기. 어째 올해는 잘 지나가나 했다. 그래도 주사 맞고 병원 약 먹으니 확실히 낫다. 정말로 확실히 덜 아프다.
가을이, 어느덧 온다. 이미 지나가고 있는 상황일지도 모르겠다. 난 뭘 해야 하지? 요즘은 이 얇은 귀 덕분에 여기서도 팔랑, 저기서도 팔랑이다. 죄다 아이 교육 얘기에 나도 모르게 쫑긋거리게 되는 것이다.
조바심 내지 않기로 해놓고, 마음먹은 만큼 쉽게 되지 않는 게 또 마음인지라. 나는 알게 모르게 아이를 재촉하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 아이는 그 아이와 다른데, 다르다고 자꾸 인식해야 하는 건데 왜 남들의 틀에 맞춰서 자꾸 끼워 넣으려고 하는 걸까. 이런 내가 참 어리석고 바보 같다.
내 아이를 독립적인 인격체로 봐야 한다는 큰 숙제를 지금 하고 있는 느낌이다.
쉽지가, 않다. 애 키우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