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고지해주던 카드 명세서를 보기 싫어서 뜯지도 않고 버리는 게 거의 햇수로만 9년이 되어간다.
그만큼 9년 동안 내 재정상태도 엉망진창. 남편의 신용점수는 바닥을 치고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외면하려고 해도 이제는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사실은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알고 싶지 않았던 걸 수도 있다.
오늘 카드 내역서를 뽑고, 쇼핑비용, 의류비용, 그 외 비용 딱 세 가지로만 나누어봤는데
쇼핑비용만 무려 500이 넘게 나왔다. 실화? 먹는 것보다 더 많이 소비한다는 소리였다.
충격받아서 아무 말 못 하는 나를 보며 남편은 아무 말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일하는 타자 소리만 들려왔다.
아, 내가 우울증이 심하다고 외면했던 현실이 이것인가. 너만큼 많이 쓰는 여자 있으면 나와보라고 하라며 싸울 때 큰소리치던 우리 남편의 목소리가 귓가에 생생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 이 정도도 못써? 애 보는데 이 정도도 못쓰니? 하면서 되려 따져들던 내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 현실이 있었다.
월급이 500이 안되는데 쇼핑만 500이 넘다니.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상황이었다.
게다가 곧 있을 내 동생 축의금은 또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아무리 긁어모아도 현금은 나오지 않는다.
마이너스에 마이너스를 치는 중이다. 이건 아니다 싶어 일단 가계부에 왜 지금 더 이상 소비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썼고, 무엇에 쓰지 말아야 하는지를 썼다. 나는 지금 사치를 부릴 때가 아니었다.
우울하다고 사치를 부리기엔, 사치 금액이 너무 크다. 크고, 세다.
무소비가 우선이 되어야 하는 상황.
적은 소비도 아닌 무소비가 되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도전하려고 한다. 줄곧 회피해왔던 현실을 받아들일 때가 한참 지나고도 지난 지 오래기 때문에.
아, 그나저나 카드값을 어쩐담.
일단 정리를 한번 했으니 뭐부터 쳐내야 할지 다시 잘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