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열이 떨어질 기미가 안 보인다. 예전 같았으면 응급실이라도 가야 하나 발 동동 구르고 있을 텐데, 나도 좀 그새 둘 키웠다고 이제 응급실 가도 별 다른 처치를 못한다는 걸 알고 있어서 그런지 해열제를 먹이며 열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린다. 코로나라서 열이 더 안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다행히도 아이들은 처지지 않아서 게임도 하고 나름대로 놀고 있지만 원래의 컨디션만큼 놀지는 않아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러다 또 훅 떨어지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고..
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가.
정리할 엄두가 안 나자니 신랑에게 이사를 가는 건 어떻겠냐고 우스갯소리로 물었다.
신랑 말은 돈이 없어서 못 간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우리가 갈 집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없으니 움직이지를 못하는 거지. 하하. 맞는 말이야. 나는 그 말에 매우 동의하며 다시금 정리에 대한 생각을 한다. 뭐부터 정리를 한담. 청소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여기도 먼지, 저기도 먼지가 데굴데굴 굴러다닌다. 우리 집은 고양이도 안 키우는데 먼지가 굴러다닐 건 뭐람. 아마 집사님들이 더 깨끗하게 살지도 몰라. 털도 잘 안 빠지는 우리 강아지를 보며 한숨을 내쉰다. 버거운 청소. 하루에 오 분씩만 해도 깨끗해진다는데, 그 오분이 그렇게나 어렵다.
이건 거의 귀차니즘을 넘어선 수준.. 마음속에서는 오백 번도 정리해서 이미 깔끔하게 살고 있는데, 현실 속의 나는 그러지를 못한다. 정리가 되면 돈이 새는 것도 줄어든다는데, 나는 돈이 어디로 새는지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돈이 새는 게 줄어들지는 과연 의문이다. 내가 나를 못 믿는다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인정해야 한다.
게으른 나를 영상으로 찍어서 직접 봐야 실체를 느끼려나. 앗, 그렇게 까지 객관적으로 보고 싶진 않은데 말이다. 정리를 하려면 버릴게 투성이다. 어마어마하게 나올지도 모른다. 나는 그걸 감당할 수 있을까.
눈뜨자마자 정리부터 생각하다니. 어지간히 하고 싶은가 보다.
아니면 이사를 가야 하나.
허허, 말도 안 되는 꿈을 꾸며 또 이렇게 하루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