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를 바르게 고치고

by 김태연




자세를 바르게 고쳐 앉는다. 구부정했던 허리가 펴지면서 찡그렸던 나의 이마 주름도 잠시나마 옅어진다. 음. 무엇을 써야 할까. 쓰는 게 맞는 걸까. 일단 노트북을 펼치고 메인화면에 로그인을 해본다. 메일은 전부 광고 메일이라 확인할 필요가 없는데도 습관처럼 메일함을 열어본다. 그래. 오늘도 역시 광고판 메일이다.


아니면 먹는걸 좀 사볼까. 다시 즐겨찾기에 추가해둔 쿠팡을 열어 먹을게 뭐가 있는지 한번 살펴본다. 곧장 장바구니에 넣어둔 건 베이글 한 묶음과 크림치즈뿐이다. 요리를 잘 안 하니 뭔가를 사는 것이 부담스럽다. 왠지 요리하려는 재료는 마트에서 직접 보고 사 와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내가 이걸 왜 사 온 걸까 바보같이!라고 후회하며 두 손 가득 빵빵하게 봉투를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집까지 와야 할 것 같은.. 그래 놓고 그날은 재료 정리만으로도 힘들어서 시켜먹는? 그런 것일 테지 아마. 최소 금액을 주문하고 재빨리 쿠팡 창을 닫는다. 보면 볼수록 개미지옥 같은 곳이라 뭘 또 사볼까? 하는 마음이 들기 전에 살 것만 빨리 사고 닫는 것이다.


음, 뭘 써야 할까. 그래. 오늘 중고거래를 하나 했었다. 제법 꽤 큰돈이었는데, 구매자가 깎지도 않고 바로 입금해주셨다(물론 내 중고 물품 컨디션도 거의 새거나 다름없었다) 구매자의 큰 호의가 고마웠고, 나 역시 다음에 중고 거래할 때 이렇게 깎지 말고 쿨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후기에는 최고 최고 베스트를 썼다. 이런 구매자가 있는 한편 어떻게든 깎으려는 구매자도 있다. 이것저것 따지는 건 좋은데 너무 따지면 피곤해서 거래 안 하고 싶을 때도 많다. 중고거래도 이렇게 피곤한데 회사일은 다들 어떻게들 하는 건지. 정말 대단해.



그러니까 뭘 써야 하지.

여백을 한글로 채워 가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자세를 바르게 고쳐 앉는다고 저절로 막 뭔가가 떠오르거나 그런 건 아니다. 다만, 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만 내보는 거지. 뭔가를 거창하게 한 번에 써 내려간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는 말을 몇 번이나 쓰는 거지. 눈으로 세어본다. 벌써 네 번이나 썼군. 그만 써야지. 아니다란 말은.




달달한 밀크티가 필요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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