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은 어김없이 돌아온다

by 김태연



어제는 해리포터 제일 마지막 편을 결제해서 보고 잠이 들었다. 해리포터를 보고 있는 동안에는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로 집중해서 본 것 같다. 마지막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걸 보고 나서야 크게 숨을 한번 쉬었다. 아니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해리포터 같은 대작은 관객이 숨 쉴 틈을 안 주고 계속 무언가를 보여준다. 해리의 치열함. 싸울 때의 그 긴장감. 친구들의 모든 애절한 마음들. 그런 것들을 보면서 어떻게 숨을 쉬고 그냥 마냥 바라볼 수 있을까. 게다가 마지막 편이다! 모든 것을 다 걸고 싸우는! 치열한 해리와 친구들의 모습.


그저께 죽음의 성물 파트 1을 티비에서 해준 터라 다음 편이 보고 싶어서 결국엔 찾아내고 결제까지 하는 내 모습에, 음? 이런 적도 있었나. 꽤 오랜만이네. 무언가를 보고 싶어서 결제 단계까지 간 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해리포터의 마지막까지 보고 아마도, 잠들었나 보다. 남편이 담요를 덮어준 걸 보면.. 요즘엔 소파에서 그렇게 잠이 든다. 꼭 옛날 우리 아빠처럼 티비를 보다가 잠이 드는데, 어릴 적엔 대체 왜 티비를 켜놓고 잠을 자는 건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내가 좀 커보니 이해가 간다. 약간의 적절한 소음이 잠이 오는데 꽤 좋은 환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너무 피곤하면 정말 티비를 끌 힘도 없다) 나도 요즘 그렇게 잠드는 편이니까.

그런데 아빠들은 티비를 끄면 귀신같이 알아서 깨곤 하는데, 나는 아직까진 그러지 않는 걸 보니 아주(?) 예민한 편은 아니구나 싶다(그렇게 믿고 싶다 나를)


눈을 떠보니 오전 여섯 시였다. 새벽이라면 새벽이라 할 수 있고, 오전이라면 오전이라 할 수 있는 시간.

아이는 아이패드를 하고 있었고, 나는 책을 보겠단 명목으로 달라고 했다. 순순히 내게 패드를 내어준 큰아이는 강아지와 아침부터 신나게 노는 중이다. 나는 강아지의 배변을 치워주고, 커피 한잔을 내리고, 전자책을 좀 읽다가 노트북을 켰다. 그 와중에 쿠팡에서 온 계란과 그릭 요거트도 대충 정리했다. 참 편한 세상이다. 전날 12시 전에만 주문을 하면 다음날 새벽에 도착하는 쿠팡의 배송에 늘 받으면서도 감탄한다. 이렇게나 빠를 수 있다니. 나의 새벽에도 누군가는 일을 하는구나. 나의 밤에도 누군가는 출근을 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면 새삼 경건해지는 마음이다. 그들 덕에 내가 편하게 집에서 물건을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계란 같은 경우는 마트가 조금 더 쌌지만, 솔직히 마음먹고 다 같이 마트에 가기 시작하면 그것보다 훨씬 많은 물건을 담게 되는 경우라 항상 예산에서 돈이 모자라곤 한다. 그래서 비싸도 그냥 한 개씩 쿠팡으로 배달시키는 게 더 나은 것 같기도 하고(내가 본 미니멀 라이프 책들은 거의 다 이런 쇼핑을 추천하였다) 나도 그게 편하다. 두 손 가득 뭔가를 들고 오지 않으니 지칠 일이 없는 것이다. 다만 마트는 마트의 매력이 있듯 둘러보고 살 수 있는 장점이 있지. 음, 그 장점은 아마도 꼭 가서야 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일 것이다.



새벽부터 켜지는 우리 집 티비는 하루 종일 켜있느라 늘 열기가 뜨겁다. 너도 열일하는구나. 티비 화면 애니메이션을 보지도 않으면서 안 켜고 너무 조용히 있으면 집안이 이상하게 느껴지나 보다. 큰 아이는 일어나면 꼭 티비를 틀고, 유튜브를 본다. 이유를 물어봤더니 집이 너무 조용하면 무섭단다. 아직은 그럴 나이인가 보다. 좀 더 커야 조용한 게 얼마나 좋은 건지 알려나. 아니면 어른이 되어야 알려나. 그 속은 아마 평생 내가 모를지도 모른다. 애니메이션 안에서는(앵그리버드다) 우당탕탕 소리가 계속 들리고, 아이는 내가 글을 쓰는 동안 아이패드를 가져가서 본인이 보고 싶었던 유튜브를 보고, 강아지는 그 옆에서 자기 장난감을 물고 빨고, 신랑은 그 모든 소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실에 누워서 잠을 잔다. 이게 주말의 일상인 건지, 아니면 음.. 원래 우리 집의 오전 풍경은 늘 이런 것 같다 (아이가 새벽형 인간이라 정말 일찍 깬다)



어김없이 새벽은 돌아오고, 오늘은 뭘 해야 하나. 적당한 긴장감과 함께 커피를 마시는 이 순간이 사실 나는 즐겁다. 의외로 새벽에 글을 쓰면 아이는 내게 관심이 없다. 그 적당한 무관심도 좋다.

머리도 곧 염색하러 가야 하고, 동생 결혼식 전에 남편 옷도 보러 가야 하는데, 계획만 잔뜩 쌓여있는 요즘.

날짜는 점점 다가오고.. 아 사람은 이렇게 늘 벼락치기로 사는 것인가. 하는 패배감이 가득한 어쩔 수 없는 웃음이 난다. 그래, 나란 여자는 늘 이렇게 닥쳐와야 했었지. 평소의 준비랑은 거리가 멀었던 사람이었지. 하며.



새벽이 지나간다. 오전이 밝아오고 있다.

나의 하루도, 이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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