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 ILLUSTRATOR May 02. 2024

또 이별.

왜 날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난 사랑하는 건지 모르겠어.

이번화에는 원래 내 왕자의 지난 사랑에 대해 쓰려고 했다. 그런데 내 이야기를 마저 해야겠다.

왜냐하면 나와 왕자의 관계가 끝났기 때문이다.


"난 아직도 널 사랑하는데 왜 네가 날 사랑하지 않게 되었는지 난 이해가 안 돼. 네게 닥친 관계의 어려움은 나와 함께 겪은 건데 왜 난 아직도 널 사랑하는 거고 왜 넌 아닐 수 있지?"


내가 그에게 울면서 던진 형편없는 질문이다. 정말 어떻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날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그래서 난 몇 번이나 번복해서 물었다. 정말 이 관계가 끝난 게 맞느냐고. 돌아온 대답은 처절하다. 이미 한 달 전 이에 관한 얘기를 했을 때부터 끝난 거였다고. 그때부터 난 노력을 했고 우리의 관계가 조금은 좋게 변했다고 생각했다. 나만 그렇게 생각했나 보다. 우린 이미 섹스리스로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 관계가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왜 이렇게 둔한 건지...

 오늘 난 몇 번이나 그 앞에서 울었는지 모르겠다. 아침에 처음 말다툼을 하고 밖에 나왔을 때 내가 물었다.

그때도 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아니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다.


"그럼 우리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지내는 거야? 예를 든다면?"


"손을 잡는 건 아무래도 너무 가깝지 않나?"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모양새 빠지게 나도 모르게 엉엉 울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소리 내며 길거리에서 운 건 이 남자에게 처음 보이는 모습이었다. 앞으로 한참 울며 걷다가 뒤를 돌아봤는데 그가 보이지 않았다. 전화도 받지 않자 나는 다시 집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가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의 옆에서 또 한참 울었다. 그의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그러게 한참을 울다가 다시 평소대로 돌아왔다 싶었는데 밥을 먹는 도중 또 그 얘기를 하게 되었다. 나도 솔직히 더 얘기를 꺼내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지만 여전히 답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어정쩡하게 지내는 게 더 어려워 그걸 풀고 싶었다.


내 지난 결혼생활에 대해 그가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 했다. 어떻게 끝이 난 건지... 나의 과거를 알면 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까 묻는 건지 나란 사람은 누구와도 관계에서 힘든 사람이란 걸 확인하고 싶은 건지...

무튼 난 내 스토리를 다 뱉어냈다.


대화의 끝에 우린 다시 도돌이표처럼 똑같은 질문에 섰다. 이 관계는 정말 나아질 수 없는 건가? 그의 말을 듣고 또 듣고 또 확인했지만 난 여전히 그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나랑 옆에서 같이 지내는 게 행복하지 않고 그건 내게도 마찬가지일 거라며 우리 둘을 위해서 헤어지는 게 맞다고 말하는 그는, 동시에 나에게 나가라고 말도 못 하겠단다. 내가 그랬다. 날 사랑하지 않지만 미안해서 나가라고 말 못 하는 건 누구를 위해서냐고. 내 걱정을 쉽사리 배제하지 못하는 그에게 내가 제안했다.


"지금 난 마음을 강하게 먹을게. 난 내 아들의 엄마고 강한 사람이야, 그러니 네가 무슨 충격적인 말을 해도 지금은 받아들일 준비가 됐어. 자, 너도 이제 마음을 정리하고."

"나를 네 인생에서 빼고 너의 인생을 이미지로 그려봐, 상상이 돼?"

"응"

"그 삶에서 넌 지금보다 편안해"

"응"

"그럼 그렇게 하자. 그게 맞는 거야. 나도 이젠 좀 분명해졌어."


이렇게 우리 관계는 끝이 났다. 난 당분간 그의 공간에서 더 지내야 한다. 오른쪽 눈 수술을 마저 하고 치료를 다 마칠 때까지 앞으로 적어도 1년 6개월은 더 있어야 한다. 또 이렇게 내 인생은 반토막이 났고 여기서 어떻게 혼자 살아갈지 막막하다. 계속 그렇게 얹혀살 수는 없으니까. 그는 친절히 도 내 눈에 대해 필요한 것은 걔속해서 돕겠다고 했다.


난 그냥 그가 다시 나를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가 몇 번이나 말했는지도 모르겠지만 나 여전히 이렇다. 얼마나 많은 이별을 해야 다음번엔 덤덤해질 수 있는 걸까.

작가의 이전글 외국남자와는 다를 줄 알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