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은뱅이 향나무 식탁

by 장미

잠에서 갓 깨어난 것들은 모두 배가 고프다

일찍 일어난 거미가

거미줄을 타고 사냥감 걷이에 나선다

오늘 아침 거미의 상차림은

바람 섞어 밤새 고아낸 이슬방울이다


해도 아침 먹잇감을 찾아 나선다

기지개 켜는 나무를 향해 풀꽃을 향해

그들 사이를 꿈틀꿈틀 기어가는 길을 향해

입맛을 다신다 갓 깨어난 것들은 싱싱하지만

걸음걸이는 불안하다 몇 걸음 못 간

해가 거미줄에 걸려 대롱거린다

발 빠른 거미가 달려와 해의 발목을 조른다


거미에게 발목 내 준 해가 거미의 심장을 향해

눈빛을 쏜다 해의 눈빛에 심장을 쏘인 거미와

거미에게 발목 잡힌 해의 지루한 싸움

앉은뱅이 향나무가 수저를 든다

아침 식탁이 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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