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랑한 꽃

by 장미

세상에는

새끼를 품고 태어나는

맹랑한 것들도 있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씨앗 하나가

화분에서 싹을 틔우더니 덩굴을 뻗었다


여름 내 노란 다섯 잎 수꽃만 피워

오이꽃이다 참외꽃이다

말꽃만 무성할 뿐

이름 한 번 불러주지 못했다


추석날 아침

서너 송이 수꽃들 틈에

암꽃 하나가 숨어 피었다

참외였다


그림 붓을 들고 나는

수꽃과 암꽃을

눈알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새끼를 품고 있는 꽃은

맹랑하지만


신의 눈에도

눈물 고일 가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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