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침의 구름에 대하여

by 장미

굵은 외줄 그림자가 식탁을 흔들었다

밧줄에 매달린 이가

우리 집 외벽을 칠하고 있었다

그에게 커피 한 잔을 권했다


오래 밧줄을 타다 보면

밧줄을 탈 때만큼 편안한 것도 없으리라

커피를 마신 그가 커피 잔을 돌려주고

밧줄과 밧줄 그림자만 남긴 채 사라졌다


집의 이력을 생각했다

모래만으로 짓던 두꺼비 집에서

먼길을 돌고 또 돌아

시멘트와 철근을 섞은 모래집에 갇혔다


숱한 모래집 위 저기 어디쯤서부터

큰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모래집 속 모래집이 서늘해졌다


밧줄이 사라졌다

눈치 채지 못하게

잘 옭아맸다는 뜻이다


약한 불 위에서

물이 한참 끓도록 지켜보았다

오래 머무는 중인

이 모래집 창자 내벽에 어떤 그림을 그릴까

커피 한 잔을 더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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