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
장마철 먼 데 하늘이 빤해지면
남동생은 밖으로 뛰쳐나가며 소리쳤다
비 안 와 엄마
놀다 올게
가늘어졌을 뿐인 빗방울의 뿌리
먹구름을 올려다보는 엄마 눈이
사르르 떨렸다 열두어 살
아들에게 가느다란 빗방울은 비가 아님을
엄마는 유전적으로 알고 태어난 듯했다
다저녁에야
빗방울인 듯 땀방울인 듯
물 범벅으로 들어서는 아들을
까까머리부터 발끝까지
엄마는 또 말없이 오독오독 소리 나게 씻겨 주었다
남편이 등산 가방을 둘러맸다
비 그쳤네
다녀올게
며칠째 내리는 가을비가
깊어가는 가을의 가늘지 않은 비가
남편 등에 빗금을 그었다
이런 날 내 안에선 세상 떠난 지 오랜
엄마 유전자 한 방울이 스멀거린다
해마다 단풍은
쌓인 내력 위에 홍수로 내리는데
비는 내리고
비는 내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