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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미 May 31. 2022

까치와 고양이

하루살이의 사리 빚기

까치들이 우짖고 있었다. 내가 까치가 아니니 잘은 모르지만 짝을 부르는 소리는 아니고 가는 봄을 끌어안는 아쉬움은 더더욱 아니다. 지난 새벽 시작한 다툼이 새벽까지 이어질 수도 있는 사람 사는 나라와 마찬가지로 까치 나라에도 내가 모르는 시각부터 다툼이 있었나 보다.


우거지는 오월 푸른 나뭇잎들 사이 흐드러진 쪽동백 꽃 송아리들 하염없이 하얀 별을 떨구는데 다급한 까치 두 마리 우짖는 소리가 애꿎은 쪽동백 꽃 과녁을 맞힌다. 떨어져 내리던 쪽동백 꽃 한 송이 내 콧잔등을 밀쳤다. 쪽동백 꽃 속에 뭉쳐 넣은 까치 울음이 돌멩이보다 단단했다.


나는 그제야 멈춰 서서 쪽동백나무를 올려다보았다. 살찐 고양이 한 마리 뒤룩거리며 쪽동백나무 가지를 타고 한 발을 올렸다 내렸다 하고 있다. 오를까 말까 망설이는 중인가 보았다. 까치 둥지를 습격할까? 아니 오늘은 봐 줄까? 고민 중인 모양이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쏜살같이 달려내려 와 철쭉 덤불 사이를 가르고

자동차 아래 몸을 숨긴 채 눈꺼풀을 조심스럽게 닫으면서도 내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둘레길 한 바퀴 돌아오는 길  메타세쿼이아 나무 가지 사이에서 겨울바람에 살이 찢어지는 듯한  까치 소리다. 다시 걸음을 멈추었다. 아까의 그 뒤룩뒤룩 살찐 고양이다. 이번에는 나와 눈이 마주치기도 전에 날아내려 와 놀이터 한가운데 가서 멈춰 섰다. 까치 두 마리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미끄럼틀에서 그네 위로 날며 쉬며 숨을 곳 없는 고양이를 몰아내려 안간힘을 썼디. 어떻게는 참고 기다려 까치 둥지를 다시 한 번 방문하고픈 고양이는 하는 수 럾이 아파트 골목으로 꼬리를 감췄다. 그러나 까치들은 고양이 뒤를 쫓아가며 고양이 솜털 냄새까지도 몰아대야겠다는 듯 아파트 골목 끝까지 파고들며 우짖었다. 어쩌면 살쪄 보이던 고양이는 어딘가 으슥하고 푸근한 자리를 찾아들어가 곧 몸을 풀지도 모른다.


그러나 까치둥지에는 곧 깨어날 알 몇 개 구름 낀 아침을 떨고 있을 것이다. 모두가 사랑이다 모두가 사랑이라면 나는, 오늘 이른 아침 나는 정당했을까? 


냥아, 왜 그랬어? 두 번씩이나 같은 말로 고양이만을 책망했다.

자동차 아래 몸을 숨긴 고양이에게도 몸 숨길 자리 없는 놀이터 한가운데 삶을 잠시 팽개친 듯 나동그라진 살찐 고양이에게도.







그때 과거시험 보러 가는 중에 까치둥지 넘보는 뱀을 죽인 나그네가 불쑥 나타나 말했다.


'그 오래전 숲길에서 나도 너와 같은 생각을 했었어. 뱀은 일단 제 뱃속을 챙기려는 중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까치는 알을 지키기 위한 사투라고 생각했어. 그 둘 사이에서 나는 나는 어쩌다 뱀을 죽이게 됐을 뿐이야.

그것도 모르는 까치가 내게 은혜를 갚겠다고 나를 위해 머리로 종을 울리다 머리가 깨져 죽고 말았지. 이즈음이었겠지. 어느 새벽닭이 울기 전이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우리는 자주 누군가를 도왔다고 말한다. 까치의 다급한 소리를 모르는 척 내 갈 길을 갔어야 했을까. 고양이의 느긋해 보이는 늘어진 살은 이제 먹을 것을 그만 탐해도 배고프지 않을 거라는 신호라고 멋대로 생각했다. 적어도 확인한 적 없는 까치의 알에는 손대지 말라는 경고를 주었을 뿐이라 생각했다. 하느님께서는 약육강식의 논리 가운데 착한 약자 편이실 거라는 착각으로 또 하루를 시작했다. 나는 착한 약자다. 착각의 은혜를 갚아야겠다. 


살아볼수록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흐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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