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하고
먹고 살다 죽는다
아버지가 숨을 거둔 직후
어머니는 대파를 다듬었다
남편이 세상을 떴는데
대파 다듬을 정신이 있느냐고 몰아붙였다
아버지 다른 세상으로 드는 길
배웅하러 오실 손님들 국에 넣을 대파다,
내가 할 일이 이것뿐이라 미안타,
창밖 허공에 던지듯 맥빠진 일갈이었다
사람들은 아주 가끔
뼈빠지게 일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으면서
뼈빠지게 일하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을 본다
먹여 살려야 할 사람들이 많아
먹여 살리는 일을 하다 죽는다
아버지의 이두박근은 오래 전부터
국에 넣은 대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