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빨간약

by YUJU

모태신앙 개신교인으로 40년을 살았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었다.


내가 아는 한, 기독교는 하나님 안에서 기쁨, 평안, 행복을 찾으라 가르친다.

그런데 현대인은 보통 경제적 안정과 사회적 성공에서 기쁨과 평안과 행복을 느끼게 되어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삶에서 기쁨, 평안, 행복을 누리기 위해

하나님에게 경제적 안정과 사회적 성공을 달라고 조르는 기형적인 알고리즘이 발생한다.


그런데 하나님 안에서의 기쁨, 평안, 행복이라는 것은

본디 세상적 조건에 연연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월세방에 살며 최저 임금을 받아도 하나님 한분만으로 기쁜 것이고

내 아이가 반에서 꼴찌를 하더라도 하나님 한분만으로 평안한 것이며

사회에서 소외되고 외면당하는 위치에 있더라도 하나님 한분만으로 행복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의 구성원으로 태어나

집안에 경제적 위기가 닥쳐오면 어떻게 마냥 기뻐할 수 있으며,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기만 한데 어떻게 평안을 유지할 수 있으며,

사회에서 무시받으며 어떻게 행복할 수 있단 말인가.


하나님 만으로 기쁨과 평안과 행복을 누리는 방법을 실제로 아는 사람과

교회 안에 정말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은 전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기쁨과 평안과 행복을 찾기 위해 교회로 왔다가

기쁨을 위한 물질, 평안을 위한 아이의 밝은 미래, 행복을 위한 사회적 성공이라는 '조건'들을

지금 당장 갖추게 해달라고 하나님을 조르는 기복신앙을 갖게 된다.




그러던 중 나는 어떤 계기로 빨간약을 먹게 되어

'기독교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일신의 기쁨과 평안과 행복을 보장받는 것이 아니라

예수가 진 십자가를 나도 지고 그를 평생 따르는 것이며,

'예수가 진 십자가를 함께 진다'는 것의 의미는

예수가 우리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십자가 위에서 고통받았던 것처럼,

나 또한 기독교인으로 살아가는 평생동안

이웃의 슬픔과 아픔을 함께 나누며 눈물 흘려야 하는 것이라는

무섭고 소름 끼치는 진실을 깨닫게 되었다.


- 윤동주, 팔복


하나님 안에서 아무런 세상적 조건 없이도

기쁨과 평안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실제로 아는 사람과

교회 안에 정말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이유는

복음 이후의 삶에 관한 잘못된 알고리즘 때문이었다.


제대로 된 알고리즘은,

사회적 조건이 채워짐으로 얻게되는 기쁨, 평안, 행복을 지 혼자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모든것을 배설물로 여기며 과감히 포기하고,

사회적 조건이 갖추어지지 못한 이웃의 아픔과 슬픔을 나누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십자가의 삶을 통해 얻게되는 역설적이면서 미묘한,

자본주의적 조건을 뛰어넘는 새로운 차원의 기쁨, 평안, 행복을 체험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기독교의 민낯이자, 정수이자,

내가 먹게 된 빨간약이다.

자, 이제 알았으니 쫄리면 돔황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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