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B급'들에게

by YU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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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원숭이 그리스도' 그림을 좋아한다. 스페인 보르하 마을에 있는 어느 성당의 벽화인 이 그림은 복원이 잘못되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미술사학계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 이 복원 작업에 얽힌 놀라운 진실은, 복원을 담당했던 동네주민인 80세 할머니는 실제로 그림을 너무나 잘 그리는 사람이었고, 평소 그녀의 그림 실력을 잘 알고 있었던 성당 주임 신부도 쿨하게 허가를 해 공식적으로 이루어진 작업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프레스코화 기법을 알지 못했던 할머니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듯 그림을 그리는 바람에 말 그대로 '폭망'해버렸다.


아무리 미술사적 지식이 일천한 일반인이 보더라도 바로 '망했음'이 직감되는 이 망작은, 망작으로써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굳이 전에 그려져 있던 프레스코화와 비교되어서가 아니라, 망한 그림 자체가 가진 오묘한 B급 매력이 사람들을 사로잡기 시작한 것이다. 그림이 걸려있던 스페인의 작은 시골 마을 성당에는 관광객이 10배 늘었다. 할머니의 망한 그림이 사용된 티셔츠, 머그잔 등등이 그 성당의 규모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관련 내용을 토대로 한 오페라까지 등장했다.


2022년, 성당은 망친 그림의 복원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를 받았다. 그럼에도 이 망친 그림이 너무 유명해지고, 지역의 상징물처럼 되어버린 탓에 사람들은 오히려 복원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게 되었다. '망한 벽화 복원' 사건은, 결국 '원본 보다 더 사랑받게 된 망작'이라는, 마치 드라마와도 같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었다.


너무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나는 이 사건에서 희망을 보고 싶어졌다. 실력과 유명세의 순서대로 줄이 세워지는 미술계에서, 망했다는 사실을 전혀 감추지 않고도(물론 '감출 수 없었다'는 말이 더 맞겠지만) 망한 그 나름대로, 오히려 망했기에 더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존재할 수 있다니! 내 눈에는 이것이 마치 "A급만 인정받는다"라는 기존의 상식을 뒤집는 'B급'의 소소한 반항으로 보였다. 미술뿐 아니라 음악도, 문학도, 인간이 창조한 모든 것들은 그것의 퀄리티를 근거로 엄정하게 순위가 매겨지게 되고, 사람들은 대개 그 순위의 가장 꼭대기 근처에 있는 'A급' 작품들만 어떤 분야의 메이저로 인정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작품을 생산해 내는 창작자들은 대개 평생에 걸쳐 그 'A급'이라는 바운더리에 포함되기 위한 몸부림을 치게 되며, 그럼으로써 A급은 더 이상 기준이 아닌 틀이 되어버리고, 그 안에서 창작물의 퀄리티는 높아질지 몰라도 독창성과 창의성은 사그라들게 된다. 한편 망해버린 작품들은 그것의 고유한 독특함과 매력이 얼마나 뛰어나든 관계없이, A급에 들지 못했다는 '원죄'로 인해 빛을 잃고 망작들의 무덤 어딘가에 조용하게 묻혀버린다.


사실 앞서 소개한 '원숭이 그리스도' 작품은 망해도 너무나 심하게 망해버린 탓에 시선을 끌게 된 운이 좋았던 사례 중 하나 일 뿐, 대부분의 망한 작품들은 사람들의 시야에 들어온 적도 없을뿐더러 들어왔다 해도 곧 잊혀 갔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처음부터 당당하게, 혁신적으로, 창발적으로 '망할 수 있는 용기'를 과연 누가 가질 수 있을까. 나 또한 학계라는 분야에서 글을 쓰는 일종의 창작자로서, 망한 글을 쓰는 것은 언제나 생각하기조차 두려운 일일 뿐이다. 하지만 비록 원하지 않고 예기치 않았던 '망함'으로 인해 탄생한 B급 망작이기는 하나, 이 '원숭이 그리스도'는 분명 나에게 "망해도 돼. 망해도 괜찮아. 오히려 망하면 망한 대로, 그 자체로의 가치와 의미를 가질 수 있어"라는 위로를 건넨다. A급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은 앞으로도 없지만, 앞으로 내가 써낼 B급 글에서도 그 자체가 발산하는 오묘한 개성과 매력이 발견될 수 있길 겸손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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