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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턴 Oct 07. 2019

다시 회사 이야기로

예상치 못한, 사실은 예상했던 구조 조정을 당한다는 것

금요일에는 회사에서 펑펑 울고 말았습니다. 다 뿜어내지 못한 눈물은 집에 돌아와 마저 울었고요. 이틀이 지나 글을 쓰는 지금도 괜스레 울컥하네요. 지금까지 치사한 일, 더러운 일, 힘든 일 있어도 회사에선 그 누구 앞에서도 절대 울지 않았었는데. 휴지도 없는 회의실에 앉아 나란히 앉은 나의 상사와 HR 앞에서 흐르는 눈물 콧물을 손으로 닦아냈습니다.


그 날은 뭔가 심상치 않았어요. 제 옆에 앉은 한 분 한 분이 회의실에 불려 가서 십 분, 이십 분, 삼십 분이 지나도록 개인 면담을 하는 일이 전례 없었거든요. 마지막이 제 차례였어요. 최근에 경험한 회사 분위기도 있고, 들려오는 소식이 예사롭지 않던 터라 각오하고 들어갔었죠.


"회사가 어려워져 더 이상 함께하기 어려울 것 같아. 미안하게 생각해. 그동안 우리는 네가 갈 수 있는 다른 자리들을 알아보고 있었어…. 다행히 너를 마음에 들어하는 곳이 있는데, 가고 싶니?"


눈물이 터졌던 이유는 옮겨지는 회사가 싫어서도, 아님 "고생 끝 행복 시작!" 감동의 눈물도 아니었어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렇게 펑펑 울 필요는 없었을 텐데. 그분들도 조금 당황해하는 눈치였어요. '이 친구가 이렇게나 애사심이 대단했나' 갸우뚱하셨을까요? 그동안 일이 힘들어서, 동료가 힘들어서, 또 타국에서 생존하는 것이 힘들어서, 몸 고생 마음고생 많았어요. 뭐 고운 정만 정인 가요.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회사를 곧 떠나야 한다는 것이 결코 가벼운 일은 아니네요. 말씀은 안 드렸지만, 무엇보다 무거운 이야기를 덤덤하게 통보하며 '이것은 너의 잘못이 아니다' 위로하는 나의 상사와 이제는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는 게 가장 슬펐던 것 같아요.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분들 덕에 나도 좋은 것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다는 것은 행운입니다. 나는 나의 상사를 통해 많이 배웠거든요.


나도 나의 상사도 또 새로운 것을 배우는 시간이겠죠, 지금이.


스트레스가 심한 날에는 오피스 앞 나무들을 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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