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라이프스타일 토크" by 도쿄다반사 (feat. 롱블랙)
가을, 맑음, 오후 3시, 남산, 그리고 공짜! 듣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조합이다. 추첨을 통해 경품을 받는다거나 유료 이벤트에 무료로 갈 수 있다거나 하는 기회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100% 당첨률이라곤 말할 수 없지만 운이 꽤나 좋아 올해만 해도 책 몇 권과 문구 세트, 상품권 등등… 감사한 일들이 많았는데. 지난 토요일도 그랬다. 매일 아침 커피보다 진한 각성을 선사하는 롱블랙 매거진에서 받은 입장권으로 “도쿄 라이프스타일의 제안, Popeye & Beams”라는 제목의 이벤트에 다녀올 수 있었다.
지난 반세기 일본의 패션 신을 선도했다고 말할 수 있는 두 인물, 이시카와 지로 상과 엔도 케이시 상을 눈앞에서 뵈었다. 한 분은 나이키 운동화와 조거 팬츠, 한 분은 빨간 양말과 수트. 절대 60대 80대라고는 믿기지 않는 룩에 더해진 아직 꼬꼬마 나에게는 없는 인생 선배의 노련함과 여유로움, 정말 멋진 어른이었다. 한마디 한마디 놓치지 않으려다 보니 벌써 공책 다섯 장을 까-득 까맣게 채웠다. 오랜만에 느끼는 영감이 너무 소중해 그분들이 전하는 음성뿐 아니라, 그곳의 공간, 그때의 시간, 일분일초를 다 새기고픈 심정이었다.
갤러리를 나오며 수많은 메시지 중에서도 특히 크고 강하게 남은 것들을 곱씹는다. 내 순수한 마음을 상대에게 전달할 수 있는 용기와 능력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 처음 직관을 소중히 여기고 내 신념을 지켜나가는 강단, 그것이 어쩌면 나에게, 타인에게, 그리고 세상에도 정직한 일이라는 생각. 마지막으로 두 분처럼 멋진 시니어로 성장해서 더 많은 사람들의 꿈을 지지하고 응원할 수 있는 “영감”이 되고 싶다는 생각들을 했다.
서른의 가을을 나고 있다. 요즘 특히나 생각이 많은 건 여느 해의 이때처럼 가을을 타서, 한 해가 끝나가서, 추워져서 등의 이유와는 사뭇 다르다. 이십 대가 저물고 삼십 대가 피어나는 시기가 오면 당연히 어른스럽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간이 돼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나는 여전히 아는 것도 별로 없고, 생각도 어딘가 모자라고. 그저 공짜라면 마냥 좋아 달려가는 정도의 사람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던 중이었다.
지금 내 인생 두 명의 새로운 멘토가 생긴 건 행운이다. 아직 한참 부족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지금과 같은 고민의 순간이 찾아오면 엔도 상은 어떤 생각들로 긴 밤을 채웠을까? 힘든 시간이 찾아오면 이사카와 상은 어떻게 꺼져가는 불씨를 다시금 살렸을까? 질문을 던져보기로 한다. 엔도 상과 이사카와 상도 서른의 가을 즈음엔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지는 않으셨을까라는 생각도 감히 해본다. 이번 가을, 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