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가시던 날

by 김인턴

이상하게 그곳엔 할아버지가 안 계셨는데, 이상하게 그곳엔 할아버지가 가득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고, 단 하나의 마음만을 가져왔다.


검은 사람, 또 검은 사람

검은 사람들이 들어오면 들어올수록, 안은 더 밝아지고 밝아졌다.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는데, 나를 아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울음소리보다 웃음소리가 컸고, 드는 발걸음보다 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일주일이었는데, 일생이었다.


평소 하지 않던 생각들을 많이 했고, 평소 하던 생각들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


전에는 내가 막내라는 사실이 기뻤는데, 후에는 내가 막내라는 사실이 조금 서글펐다.


할아버지의 몸은 생각보다 더 차가웠지만, 우리의 마음은 생각보다 더 따뜻했다.


한 가족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온 세상의 일이었고,

말 한마디 나눠보지 않은 이들과 마음을 한없이 나누었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모든 순간에 할아버지와 함께였다는 걸 알았고,

앞으로 내가 살아갈 모든 순간에 할아버지와 함께일 거라는 걸 알았다.


내가 좋아하는 할아버지가 가고, 내가 좋아하는 겨울이 왔다.


Pasted Graphic.jpg 나의 할아버지를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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