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한 교사가 되기 싫다

다섯 번째 한 문단: 교사의 친절함

by 이선재

교사로 일한 지 거의 10년이 다 되어 간다. 그간 많은 변화를 겪어왔지만 2년 전까지만 해도 학생들에게 친절한 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더 정확히는 흔히들 이상적인 교사를 설명할 때 하는 말인 '친절하고 단호한 교사'가 되고 싶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작년에 만난 학생들로 인해 그 생각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내가 친절하면서도 단호하기 때문에 지금껏 학생들과 관계를 잘 맺어왔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을 의심하게 된 상황을 맞닥뜨린 것이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주제와 상관없는 말을 너무 많이 하며 쉽게 산만해졌고, 그러한 수업을 이끌어가는 동안 나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되어 피곤해졌다. 내가 잘 웃고 친절하기 때문에 수업 분위기가 흐트러진 것이 아닐까 나름의 원인을 찾아 올해는 덜 웃고 딱딱한 수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학생들이 조금만 소음을 내어도 바로 차단했고 농담을 줄였다. 더 많이 정색했다. 그 결과 올해는 수업하기가 한결 수월해졌고 동시에 졸거나 자는 학생들은 늘었다. 이런 차이를 경험하며 역시 학생들에게는 쉽게 보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친절한 만큼 학생들도 내게 친절하길 바랐지만, 결국 교사가 친절하면 학생에게 만만해지는 것 같아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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