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한 문단: 엘리베이터
원래 나는 학생들의 학교 엘리베이터 사용을 적극적으로 제재할 필요가 있나 생각했었다. 그러니까 수업을 위해 몇십 권의 책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 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책을 담은 카트를 옮겨야 하는데 엘리베이터가 꽉 차 있으면 당황스럽다. 시간이 여유롭다면 괜찮겠지만 수업 시간이 한정되어 있으니 엘리베이터가 한 번 다시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만 느껴진다. 이미 학생들에게는 다친 사람 또는 무거운 짐을 옮겨야 하는 사람만 엘리베이터를 타라고 지도하고 있지만, 교실이 높은 층에 있다 보니 앞의 두 가지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엘리베이터를 타는 학생들이 종종 있다. 그리고 교사가 그걸 발견하면 학생을 내리게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왜 교사들은 높은 층을 다니는 것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학생은 타면 안 되는 것일까? 다치거나 짐이 무겁지 않은 교사들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닌다. 나는 문득 휠체어나 유모차 이용자에게 엘리베이터를 양보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 이 사회에서, 아무런 불편함이 없는 교사들도 엘리베이터를 자유롭게 타는 학교에서, 엘리베이터를 몸이 불편하거나 짐이 있는 사람에게 양보하라는 말이 설득력 없게 느껴졌다. 학생들에게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라고 지도해야 한다면, 교사도 그 원칙을 함께 지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게 아니라면 학생들에게도 교사들에게 적용하는 '힘들면 탄다'라는 원칙을 적용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야만 높은 층을 다니는 것의 어려움이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당분간 수업 시간 전에 미리 짐을 옮겨야겠다고 다짐한다. 학생들에게 수업 종이 치면 늦지 않게 교실로 가라고 지도해 왔으면서 수업 종이 친 후 느긋하게 나와 엘리베이터 때문에 늦었다고 말하는 것은 교사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핑계'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