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문단: 학년부장의 일
어느 해 가을, 학급의 한 학생 때문에 괴로운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지각이나 결석이 점점 늘 때까지는 흔한 생활 습관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학생과의 갈등이 잦아져 그 부분을 지도하면서는 학생을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전혀 개의치 않는 사람처럼 보였고 그걸 생각하는 것이 내게는 너무 당연한 말이라서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라 화도 많이 냈던 것 같다. 그러다 학생이 가출을 해서 경찰로부터 전화를 받고, 학생이 학교 밖에서 일으킨 문제 행동과 관련하여 보호자가 학교에 전화해 수용할 수 없는 무례하게 요구한 일이 있고서는 학생을 보는 게 정말 힘들어졌다. 학생을 둘러싼 모든 것을 이해할 수도 없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전혀 모르겠다는 생각에 우울하고 답답해 결국엔 2년 만에 심리 상담을 다시 시작하기도 했다.
당시 학년부장 선생님은 그 학생을 참 예뻐했던 분이었다. 학생의 엉뚱한 말과 행동을 귀여워하고, 학생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들을 진심으로 걱정했다. 담임인 내가 학생의 탓이 아닌 문제에서도 학생을 미워하게 되고 귀여웠던 말과 행동도 다 보기 싫다고 생각하던 때에도. 마음이 너무 지쳐 있을 때는 학년부장 선생님은 담임이 아니라 다 보는 것이 아니니까 저렇게 생각할 수 있는 거라는 꼬인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학생을 향한 학년부장 선생님의 애정이 있었기 때문에, 이것저것 열심히 해봤자 상황이 좋아지기는커녕 나빠지기만 하는 것 같고 보호자의 상식을 벗어난 언행이 더럽고 치사해서 모든 걸 다 놔버리고 싶은 순간에 나는 잠시 쉬어갈 수 있었다. 내가 학생을 잠시 신경 쓰지 않아도 학년부장 선생님이 틈틈이 마음을 썼으니까. 그리고 그런 학년부장 선생님의 시선을 따라가며 학생에 대한 애정을 조금씩 다시 쌓기도 했다.
사실은 나도 그런 학년부장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담임이 아니니까 조금은 먼 거리에서 애정을 갖고 학생들을 볼 수 있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학년부장을 해보니 나는 정반대의 사람이었다. 그나마 담임이라서 끝까지 놓지 않고 있던 애정마저도 담임이 아니게 되니 쉽게 놓아버리는 사람이었다. 언젠가부터 학생 한 명이 너무 미웠다. 올해 있었던 여러 사안에 자주 관련되어 있던 학생이었다. 수업 시간에 늘 자던 학생이 오늘은 수업 끝나기 직전에 깨어서 수업에서 드는 예시와 다른 학생들을 엮어 놀리기 시작하는데, 자든 말든 상관없으니 방해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실제로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고 '수업과 관련 없는 말은 하지 말자'라고 말한 정도에 그쳤지만 수업을 끝내고 교실을 나오면서도 계속 화가 났다. 그렇지만 교과 교사로서 '차라리 자라'고 말하는 것은 영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그 학생의 담임 선생님 역시 언젠가의 나처럼 학생에게 많이 지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문득 그때 나의 학년부장 선생님을 생각하면서, 나는 담임 선생님에게 그런 학년부장이 되는 것에는 완전히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을 가까이에서 만나는 담임 선생님이 학생을 버겁고 밉다고 느낄 때에도 내가 거리를 유지하고 지켜볼 수 있었다면, 담임 선생님이 회복하는 동안만이라도 학생에게 마음을 쓸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내 그릇이 작았는지, 처음부터 학년부장으로 학생 생활지도에 있어서의 포지셔닝이 잘못되었는지, 원인은 잘 모르겠다. 다만, 아주 무서워 학년의 질서를 유지하는 학년부장도 되지 못했고, 담임교사보다 너그럽게 학생들을 바라볼 수 있는 학년부장도 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