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문단: 교사의 미소와 여유
지난주에 말하기 수행평가를 시작하려는데 학생 한 명이 "선생님 표정이 굳어 있으니 무서워서 더 긴장이 되는데 웃어주시면 안 되나요?"라고 물었다. 나는 "제 표정과 수행평가가 무슨 상관이죠?"라고 학생의 요청을 단칼에 거절하고 수행평가를 진행했다. 학생의 태도에 특별히 불편한 점이 있었던 것이 아닌데도 '웃어 달라'는 요청이 매우 불쾌하게 느껴졌고, 수업이 끝나고 곰곰 생각해 보니 친절을 강요당한 것 같은 느낌에 가까웠다. 물론 학생은 그야말로 부탁의 말을 한 것뿐이었지만 학생의 말투에서 묻어난 감정에 비난이 섞여 있다고 얼핏 느꼈던 것도 같다.
'교사가 학생을 웃으면서 친절하게 대하고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으로까지 이어졌다. 교사는 한편으로는 수업과 평가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사람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학생이 배워야 할 생활 태도나 학습 태도를 가르치는 사람이다. 그 과정에서 교사가 그저 따뜻하고 친절한 것만이 능사가 아니며, 교사가 비교적 엄격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형성되는 정돈된 분위기에서 학생이 약간은 긴장하는 태도로 임하며 배워야 할 것이 있다. 내가 잘 웃고 따뜻한 모습을 보일 때 편하게 생각하며 수업 상황에 적절하지 않은 언행을 일삼는 많은 학생들을 봐 왔다. 동시에 그들은 조금만 더 단호하고 엄격하게, 분명하게 말하면 수업 상황에 적절한 언행을 한다. 여하간 그런 생각을 하면서 웃음을 요청받은 일을 불쾌하게 생각하다가 일주일이 흘렀다.
수행평가가 여러 시간에 걸쳐 진행돼서 이번 주에도 같은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데 오늘은 문득 내가 느끼기에도 지난주보다 훨씬 덜 경직된 표정으로 학생들의 말하기 과정을 관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에서 말했듯 약간은 딱딱한 태도로 관찰하고 평가해야 학생들에게 공식적인 평가 상황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조금 더 풀어진 태도로 평가를 해도 학생들의 진지한 정도나 긴장한 정도는 비슷한 듯했다. 조금 풀어졌다 뿐이지 유머러스하거나 가벼운 태도를 보인 것은 아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너무 딱딱한 분위기를 만들지 않아도 괜찮구나 생각했다. 특히 학생들은 대체로 말하기 긴장도가 높다 보니 조금은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 지난주와 이번 주의 나는 무엇이 달랐나.
지난주는 처음 평가를 시작하면서 뭔가 순조롭게 진행이 되지 않을까 봐, 시간이 부족해서 수업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을까 봐 내가 너무 긴장해 있었다. 교사도 긴장한다. 말하기 수행평가에 참여해야 하는 학생의 긴장감은 물론이고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수행평가를 처음 시도하는 나의 긴장감에도 너무 무심했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까지 긴장을 한 것은 시간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시간이 많아서 한 시간쯤 늦춰져도 된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기말고사 전까지 수행평가를 끝내고 수업 진도를 나가기가 너무 벅차다. 내년에는 의미 있는 것도 좋지만 너무 빡빡한 일정으로 마음이 쫓기지 않도록 수업과 평가 계획을 여유 있게 세워야겠다는 다짐을, 굳게 한다. 미래의 나야 명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