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5 _ 습

by 선작

연산 문제 틀린 것을 지적받고 나서 한 시간이 넘게 울먹거리며 괴로워하는 아이를 훈계하고 나는 ‘눈물이 나면 울면서 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습’을 대하는 나의 태도였다. 기분 나쁘고 괴롭지만 그래도 어쩌겠어, 울면서 하면 된다….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기까지는 이런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다그쳤으나 사실 세상 사는 방법이 이것만 있는 것은 아닐 텐데. 그러나 나는 내가 살아온 방법만을 가르칠 수 있다. 나머지는 별이가 스스로 부딪히고 깨어지며 배워야 할 것이다.


별이 감정이 눅어질 때까지 잠자코 기다리니 오기가 생긴 별이가 밤 11시가 넘은 시간 남은 숙제를 하겠다며 학습지를 가져온다. 집중도 습득도 안 되는 컨디션인데도 기어이 다 해서 내게 내민다. 엄마, 내가 이겼어. 그런 선언처럼 들렸다.


오늘 치 공부를 하고 말고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하겠다고 한 것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낸 것, 한 시간 동안 뻗대느라 소모한 시간을 스스로 책임진 것, 난 그게 기특하면서도 안쓰러웠다. 이제 조금씩 자기 삶을 짊어지는 연습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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