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가 다니는 문화센터는 마트 안에 있다. 특히 토요일 정오는 동네 사람들이 전부 장 보러 나온 것처럼 북적인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을 고르게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친정과 별이 집이 지척이라 가끔 별이 할머니를 여기서 만나 식사를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인 정하와 정하 어머니를 우연히 만난 적도 많다. 심지어 직장 동료를 마주치고 서로 놀란 적도 있다. 마트는 동네사랑방일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한 번은 백발에 자주색 패딩을 입고 비닐 소재의 크로스백을 어깨에 얹은 어떤 할머니를 보았다. 돋보기안경과 지팡이, 운동화까지 우리 할머니와 비슷했다. 인사를 삼키며 생각했다.
하마터면 아는 척할 뻔했네!
울 할머니 마트 나오신 줄ㅎㅎ
그러나 금세 나는 알았다.
할머니는 여기에 계실 수 없다.
우연히라도 마주칠 수 없는 곳에 가셨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엄마를, 정하 어머니를, 직장 동료를, 내 제자들을 우연히 만나듯 할머니를 그렇게 마주칠 수 없다.
나의 할머니가 아닌 분을 지나치며 할머니가 보고 싶어서 울었다.
할머니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