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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작 Dec 30. 2021

"할머니가 마음속에서 나왔어."

별님일기


화요일 저녁 별이를 할머니 집에 맡겼다. 마침 어린이집 가정 학습 기간이고 아이 아빠도 저녁 약속이 있는 날이었다. 아침저녁으로 차에 실려 왔다 갔다 하느라 고생한 별이는 왼쪽 눈에 작은 다래끼가 났다. '다래끼'라는 어감이 재미있는지 "나 이거 눈에 다래끼야."를 거듭하며 별이는 할머니를 졸졸 따라다녔다. 내가 직장에 가 있는 동안 할머니가 별이를 소아과에 데리고 갔고 '약을 먹어야 하니 그냥 여기에서 재우자.'라는 다소 앞뒤 안 맞는 이유로 인해 별이를 엄마 집에서 재웠다. 할머니의 진짜 이유는 별이를 향한 사랑이었다.


그동안 나는 별이 유치원 등록을 마무리지었고 오랜만에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출퇴근했으며, 귀갓길에 칼로리 높은 패스트푸드를 사다가 넷플릭스를 틀어놓고 먹었다. 직장에서 간식으로 받아 온 에그타르트까지 다 먹어치우니 그제야 포만감이 올라왔다. 오랜만의 정신적 휴식이었다. 할머니의 진짜 이유는 딸을 향한 사랑이었다.


수요일, 할머니 집에서 살고 싶다는 별이를 겨우 데려 와 먹이고 씻기니 재울 시간이 됐고 여느 때처럼 둘이 나란히 누워 장난도 치고 이야기도 나눴다. 별이는 자꾸 입에 '할머니'가 붙는지 나를 할머니라고 불렀다.


"할머니~ 엄마. 이거 봐."

"별아, 나 할머니 아닌데?"

"할머니가 마음속에서 나왔어!"


"할머니~ 엄마."

"별아, 나 할머니 아니라니까?"

"할머니가 마음속에서 자꾸 나와, 엄마~"


잠이 반 정도 든 별이가 서럽게 울기 시작한다.


"엄마, 할머니 보고 싶어ㅠㅠ"

"아이고, 그랬어? 영상 통화해볼까?"


그러나 할머니는 이미 잠드셨는지 받지 않는다.


"할머니는 이야기해 주는데... 할머니 할머니ㅠㅠ"

"별아, 엄마가 이야기해줄게. 별이 할머니 집에서 어린이집 가는 길 있잖아. 엄마가 예전에 아침에 학교 가던 길이었는데~"


이야기를 마쳤는데 별이는 또 운다.


"할머니 이야기가 더 좋아! 할머니ㅠㅠ"

"별이 눈물 뚝해. 엄마가 안아줄게."

"눈물이 안 그쳐요~ 눈물이 자꾸 나요ㅠㅠ"


다음에 할머니를 만나면 다 말씀드려야지.

당신께서 이렇게 큰 사랑을 받고 계시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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