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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작 Feb 22. 2022

내 이야기 한 번 들어볼래?

[독서노트] 『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은모든


어느 날, 경진에게 모두가 말을 걸기 시작한다. 사람들의 사연은 평범하면서도 한국적(?)이다. 경진은 서울에서 고향인 전주로, 다시 서울로 이동하며 거리에서 기차에서 술집에서 사람들을 만난다. 경진이 방문한 곳의 풍경이 여행기사처럼 묘사되며 동시대의 모습들이 있는 그대로 서술된다. (전주에 한옥보다 닭꼬치 가게가 더 많다든지 하는 것들) 먼 훗날까지 이 책이 살아남는다면 교과서에 ‘2020년대의 도시 생활을 보여주는 세태소설’ 정도로 소개되지 않을까.      


줄거리는 별것 없다. 경진의 서사가 하나 있고 그녀가 만나는 사람들의 작은 서사들이 계속해서 소개된다. 여행하다 만난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는 식이다. 왜 자영업을 시작하게 됐는지, 지금 휴대폰이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 왜 조카들을 키우게 되었는지 등. 병원에서 만난 노인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며 전달의 전달이 실리기도 한다.      


작가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작은 서사들의 접합 지점이 울퉁불퉁하지 않고 아주 매끄럽게 연결된다는 것이다. 경진이 들른 장소에 정말로 살고 있을 법한 인물들이 등장하여 그들에게 정말 일어났을 법한 사연을 읊는다. 사연들도 바로 이 시대에 사는 사람이라면 공감할만한 것들이고. 독자를 끌어가는 작가의 ‘쓰는’ 재주가 대단했다.     


정세랑의 『피프티피플』이 연상되기도 했다. 나는 그 책이 사람들 간의 ‘연결됨’을 다루고 있어서 좋았다. 모두가 각자의 사연을 갖고 이 사람은 저 사람에게, 저 사람은 그 사람에게 연결되어 함께 살아가고 있음이 읽는 내내 따스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는 중심인물이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연결됨의 의미보다는 모두가 각자에게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쪽이 더 컸다. 당신은 어제까지는 나를 몰랐겠지만, 나도 당신과 비슷하게 살고 있었어. 내 이야기 한 번 들어볼래? 이런 느낌으로 말이다. 이야기를 통해 그 삶에 접점이 생겼다. 책의 끝부분에서는 다음에 보여 줄 접점은 어떤 것일까 기대하게 된다. 문자 그대로 재미있는 책이었다. 은모든 작가에게 관심이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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