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님일기
1
별이는 무균실 밖을 나와 마음껏 세상을 떠돈다.
덕분에 요새 별이가 그 뜻을 묻는 단어들은 놀라울 정도로 다양해졌다.
기점, 종점, 회차
혼잡, 여유
근손실...
뜻을 설명하기 위하여 한번 더 주변을 살펴보고 곰곰이 생각하는 버릇이 내게도 생겼다.
세상에는 정말 수많은 기호들이 있다.
2
자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볼에 뽀뽀를 쪽 해 주니, 비몽사몽 간에 팔을 뻗어 엄마를 부르고 자기도 볼 뽀뽀를 해 준다. 섬세한 사랑을 받는 느낌이다.
별이는 마흔 살 아저씨가 될 때까지 엄마를 안아주고 뽀뽀를 해 주겠다고 큰소리친다. 열다섯 살도 되기 전에 그 마음은 눈 녹듯 싹 사라질걸? 마음속으로 답하다가, 그 모습이 감히 그려지지가 않아서 입을 다물었다.
별이가 자라는 게 이렇게 아쉬운 것이 될 줄이야.
3
태아 초음파 사진에 부쩍 관심을 갖는다. 별이가 요만했고 여기 심장이 보이고 여기는 아기집이라며, 다 잊어가는 설명을 더듬더듬 하니 신기한 듯 몰입해서 본다. 별이가 조금이라고 기억하는 일이 있을까 희망을 품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