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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주 Oct 25. 2023

책을 읽는다는 건



아침 일찍 일어나 부엌불을 켠 후, 곧장 커피포트 앞으로 가 물을 채운다.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는 동안 책바구니에 담긴 몇 권의 책들 중 한 권을 가지고 와 식탁 위에 둔다. 이내 필통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다시 한번 방으로 가 연필 두 자루와 볼펜 세 자루가 담긴 필통을 들고 나온다. 그 사이 커피 포트는 보글보글 하는 소리를 내며 김을 피워낸다.


곱게 갈린 커피 원두 위에 서서히 물을 붓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엌은 커피 향으로 가득하다. 아끼는 찻잔에 직접 내린 드립커피를 붓고, 책을 편 후 연필을 든다. 서걱서걱. 마음이 동하는 부분에 연필로 밑줄을 긋고 그 문장을 몇 번이고 음미하려 애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휘발되어 버릴 게 분명하니까.


혼자 누리는 시간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아침에 하는 독서는 유난히 글도 잘 읽히고, 또렷한 정신으로 내용을 마주할 수 있다. 독서는 혼자 할 수 있는 행위 중 가장 정적이면서도 차분하며, 생각을 넓힐 수 있는 가장 좋은 행위다. 그뿐 아니라 도파민에 절여질 대로 절여진 나의 뇌를 회복시킬 수 있는 도구 중 하나다. 책을 읽지 않고 지낸 수년간의 세월이 있었다. 그동안 나는 스마트폰의 노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지금도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러나 어떻게든 습관으로 만들고 난 후에는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전에는 한 문장 읽기가 버거워 다시 읽고, 또 읽기를 반복했고 몇 번을 그렇게 해야 겨우 문장이 눈에 들어올 정도였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고 난 후 1년 정도가 지나자 문장이 술술 읽히기 시작했고, 독서가 주는 즐거움에 내가 먼저 책을 찾게 되었다.


이제는 책을 읽지 않는 하루가 상상되지 않는다. 몸에든 정신에든 좋은 것들은 처음엔 힘들게 느껴져서 거부하게 된다. 운동이나 좋은 음식을 먹는 습관 또한 마찬가지인 것처럼. 그러나 좋은 것들을 계속 반복해서 하다 보면 오히려 나쁜 것들을 자연스레 멀리하게 된다. 무엇이든 해보지 않고는 모를 일이다.


내게 독서란 그저 책을 읽는 행위가 아닌 삶의 나침반이자 스승이자 친구이자 동반자이다. 진부한 말들 일지 모르겠으나, 그 이상의 단어는 떠오르지 않는다. 책이 없었더라면 나는 과거에 그대로 머무르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하는 나약한 한 인간에 불과했을 것이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고 느껴질 때,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을 때, 도무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을 때마다 나는 동아줄처럼 책을 붙잡았다. 독서는 내 삶의 결핍된 부분을 많이, 아주 많이 채워 준행위였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책을 읽지 않을 이유가 없다. 누군가는 굳이 책을 읽으며 살아갈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고 읽어본 바에 의하면 읽기 전과 읽고 난 후의 나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선택은 결국 자신이 하는 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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