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정말 나일까?

-진로에 대한 나의 고민

by 김선정


그림책 수업에 뜻밖에도 진로교육이 포함되어 있었다. 수강 연령층이 낮지 않은 이 수업에 진로교육이 왜 필요하지 고개가 갸웃해졌다. “진로”는 특정 직업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고 했다. 평생 이어지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담긴 자기 탐색의 과정이라는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서야 깨달았다. 이 교육이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하다는 것도, 고등학교 시절 허울뿐이던 진로교육 이후 진로를 단단히 오해하며 살아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한국 학생들이 하버드 같은 일류대학에 들어가도 자퇴하는 이유는 삶의 목표가 단지 ‘대학 입학’에만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정작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은 채 대학에 들어오니, 막상 그 이후의 길을 잃어버린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 역시 대학생이 되고서 방황이 시작되었다. 짜인 스케줄대로 시험 보고 공부만 했던 나는 대학에 진학하고선 넘쳐나는 시간 앞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멍하니 있다가 학교를 안 나가기도 하고, 술로 시간을 때우기도 하고, 바람직하지 못했던 인간관계 속에서 감정을 소진시키기 일쑤였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 시기에 넘쳐나는 에너지를 믿고 앞으로만 전진했었다. 뒤돌아본 적이 별로 없다.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늘 비어있었다. 40대에 진입하면서 매사에 “어?”라는 막힘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 이거 뭐지? 왜 이렇게 해야 하지?”, “어? 왜 이런 생각이 들지?”, “어? 왜 나한테 저렇게 이야기하지?” 그동안 갖지 못했던 온갖 의문들이 나를 덮쳐왔지만 그때 역시 답을 찾는 방법조차 모르고선 허덕이며 지나쳐왔다.

진로교육을 받은 이후 그 시작이 나를 알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후 나에 대한 생각이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길을 가다가, 이야기를 나누다가, 글을 쓰다가도 멈춰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게 정말 나일까? 도대체 나는 누구일까?”

나를 알고 싶은 욕구는 아이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MPTI 만화책에 심취되어 있던 아이가 본인의 유형을 알고 싶단다. 마침 지인에게 받은 검사지가 있길래 함께 작성하며 체크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아이의 모습과 아이 스스로 생각하는 모습은 많이 달랐다. 아이는 내향형이 강하다고 생각한 엄마와 달리 자신이 외향형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이 진짜일까? 다른 사람이 보는 내가 진짜일까?

수년간 지극히 내향인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던 내게 동네 친구는 “너는 성격도 활발하고 누구랑도 잘 어울리잖아”라고 말했다. “내가?”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나와 타인의 시선의 괴리 속에서 진짜 나의 모습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술을 마실 때의 내 모습 또한 달라진다. 대학 입학 후, 처음으로 마신 술은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드러나게 해 주었다. 낯가림이 심해 처음 보는 사람과 친해지기 힘들었던 내가 술잔 앞에서는 어색함을 벗어던질 수 있었다. 낯선 도시, 낯선 사람들 때문에 주눅이 들었던 마음이 풀어지고 마음의 빗장이 열렸다. 덕분에 많은 친구, 선후배를 사귈 수 있었다. 실제로 대학시절부터 알아왔던 지인들은 나를 굉장히 외향형의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술 마시기 전의 소심한 내가 진짜일까? 술을 마시고 친화력이 상승하는 내가 진짜일까?

나를 향한 탐구는 계속되는 중이다. 오늘의 내가 내일도 같으리라는 보장도 없고, 어느 모습이 ‘진짜 나’인지는 어쩌면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다. 그럼에도 한동안은 스스로에게 계속 묻게 될 것 같다. “이게 정말 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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