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엄마의 요리. 그리고 잠시 멈춰서 느끼는 일상의 풍경
딸이 먹고 싶다는 건 무엇이든지 뚝딱 만들어주시는 울 엄마
집에서 삼겹살을 구워먹으며 반찬가게에서 구매한 양파 간장 초절임을 곁들여 먹는데, 삼겹살보다 양파 초절임이 더 맛있었다. 딱 한끼정도 양이라서 금새 다 먹고 말았다. 그래서 바로 엄마에게 "엄마, 양파 간장 초절임 먹고 싶어."했더니, 역시 울 엄마는 딸이 먹고 싶다는 건 무엇이든 "오마니가 해줄께~"하신다.
내가 좋아하는, '엄마의 요리'
우리 엄마는 요리를 잘 하신다. 특히, 한식에 특화되어 말그대로 '집밥'의 대가이시다. 나는 엄마의 요리라면 무엇이든지 다 잘먹고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묵은지가 들어간 감자탕, 오이고추 쌈장 무침, 가지 오이 냉국, 양파 간장 초절임, 매콤하게 무쳐낸 도라지 무침이나 노각 무침 같은 일상적인 반찬을 좋아한다. 집반찬으로 자주 등장하는 바삭한 멸치볶음, 양파 듬뿍 들어간 오뎅 볶음이나 살짝 매콤하며 짜장 맛이 나는 것도 같은 감자 조림, 두부 조림도 좋아하지만, 내 입맛이 살짝 새콤하면서도 달큰하면서 적당히 짭잘하고 깔끔한 걸 좋아하는 편인 것 같다.
잊고 있던 집밥의 온기와 소중함
자취를 시작하고 서울로 출퇴근하면서 점심 저녁을 모두 회사에서 해결하곤 했다. 집은 잠만 자는 곳, 주말에 쉬는 곳이 되어버렸고 집에서 요리를 해먹을 기운도 없어서 주말에도 외식을 하거나 배달음식을 시켜먹곤 했다. 그런데 이 헛헛함은 뭐지. 외식이 맛이 없는 것도 아닌데, 무언가 부족하고 헛헛했다. 외식은 그저 한끼를 떼우는 느낌이었다. 마치 자동차에 주유하듯이, 내 육체에 필요한 연료를 보급하는 정도의 느낌이었다. 영화 리틀포레스트에서 주인공이 왜 고향에 내려왔냐는 질문에 "배고파서"라고 말한 대사가 실로 뼈저리게 공감됐다.
집에서 하는 요리, 엄마가 해주는 요리에는 외식과 배달음식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칠맛과 온기가 담겨있었다. 잠시 일을 쉬면서, 안 하던 요리를 시작했고 내 하루 식사를 스스로 만들어 먹었다. 직접 재료를 사고, (요즘은 다 손질되어 나와서 재료 손질을 하진 않았다^^), 알맞게 썰고, 내가 고른 양념류로, 내가 좋아하는 채소들을 양껏 넣어 요리해 먹었다. 느긋하게 요리를 하고 내가 직접, 나 자신을 위해서 한 요리를 먹는 순간만큼은 큰 만족감이 일었다. 집에서 직접 해서 먹는 밥은 밖에서 먹는 밥보다 훨씬 만족스러웠다.
요리로 기억되는 풍경과 사랑에 대해
엄마는 알뜰살뜰해서 항상 시장에서 장을 보고 재료를 직접 손질하여 다양한 요리를 해주셨다. 재료 손질하는 동안은 힘들어서 "내가 이걸 왜 사서 이 고생을 하나~"가 주요 멘트셨지만, 막상 요리를 다 하고 당신은 많이 드시지도 않고 가족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만족스러워 하셨다. 엄마는 요리가 지겹다고도 하지만, 막상 가장 좋아하는게 요리라고도 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엄마가 죽으면, 엄마가 해준 요리가 생각나려나."라는 말도 많이 하신다. 엄마가 해준 요리. 그건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맛이다. 그 요리에는 가족을 향한 애정이 깃들어있기 때문이다. 그 어느 정갈한 한정식집에 가서도 느낄 수 없는 충족감이 엄마의 요리에 있다.
언젠가 엄마가 더이상 요리를 할 수 없는 때도 올 것이다. 나 스스로 하나의 과업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 엄마의 요리법을 미리 배워두는 것이다. 엄마의 요리를 기억하는 것이 엄마의 가족을 향한 애정과 우리가 함께 했던 일상의 풍경, 그리고 그 온기를 기억하는 일이기도 하기에. 엄마도 자신의 시어머니, 그러니까 내 할머니에게 요리를 배우셨다. 엄마의 요리는 할머니의 요리이기도 하다. 할머니의 손길과 손맛도, 엄마의 손길과 손맛도 기억하려면 부지런히 배워둬야겠다.
계속해서 '가속'하는 세상속에서 집밥은 멈춤과 쉼을 선사한다
요리를 하는 동안은, 그리고 그 요리를 먹는 순간만큼은 잠시 멈춰 그 순간에 존재할 수 있다. 요리를 하며 느끼는 다양한 감각, 재료의 향, 촉감, 그리고 다양한 재료가 어우러져서 하나의 요리로 완성되어가는 모습, 또 완성된 음식을 먹을 때의 맛, 서서히 만족스럽게 차오르는 포만감.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사람들은 쉼없이 앞으로 달려간다.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가속하다보면 우리는 현재를 놓치게 된다. 현재 이순간의 감각을 느끼고 음미하며 현존하는 것. 요리는 쉼없이 달려가는 우리에게 현존의 시간을, 일상의 느긋하고 따뜻한 기억을 선물한다.
나에게만큼은 요리가 지닌 가치가 매우 크다고 느꼈다. 내가 이렇게 요리를 좋아하는구나, 그리고 역시 집밥과 엄마 요리가 최고다. 배도, 마음도 배불릴 수 있는 건 집밥이라는 걸, 일상 속 따뜻한 식사와 애정이 담긴 요리는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요소라는 걸 느낀다. 앞으로는 아무리 바빠도 가족과의 식사시간을 확보하고, 직접 요리를 해먹는 시간도 챙겨야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