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누 Feb 21. 2024

자는 아이에게 뽀뽀하는 부모의 마음

미안한 마음 기특한 마음 애틋한 마음

우리 아빠는 회사를 다니실 때도 명예퇴직을 하신 후에도 새벽같이 일어나 집을 나섰다. 일찍 일어나 부지런하게 움직이며 계속해서 할 일을 찾아나가는 것이 아빠의 습관이었다.


기억나는 것은, 내가 성인이 된 후에도 직장인이 된 후에도 아빠는 새벽에 나가기 전 내가 자는 모습을 들여다보고 나간다는 것이었다. 잠에 취해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어떤 날은 머리카락을 쓸어주기도 하고 어떤 날은 이마에 손을 짚어보고 나가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몰래 뽀뽀를 하고 나가기도 했다.


다 큰 딸내미한테 무슨 일이람. 그때는 그렇게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내가 아이를 낳고 자는 모습을 들여다보자니 그 마음을 알 것 같기도 하다.


이제 세상에 나온 지 일 년 하고도 두 달이 지난 나의 딸내미는 눈을 뜨고 있을 때는 나에게 지옥을 맛 보여준다. 먹을 것을 주면 스스로 먹겠답시고 온 바닥에 다 짓이기고 다니고, 옷을 안 입겠다고 소리를 지르고, 기저귀를 갈자고 하면 여기저기 도망 다니고, 꼭 위험해 보이는 것을 손에 들고 놀다가 나에게 뺏기면 짜증을 내면서 운다. 나는 그녀가 눈을 뜨는 것이 두려울 지경이다.


그런데 밤이 되어 세상모르게 떨어져 잘 때는 천사가 따로 없다. 오동통한 볼에 뽀뽀를 하면 아주 귀찮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리면서 손으로 볼을 한번 쓸고 또 잠에 드는데 그게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그 얼굴을 보고 있자면 여러 가지 생각이 스친다. 아침에 너무 피곤해서 애가 혼자 놀 든 말든 누워서 잤던 것도 미안하고, 많이 놀아주지 못한 것도 오늘 더 웃어주지 못한 것도 미안하다. 본인은 나름대로 쑥쑥 크느라고 짜증도 내고 자기주장도 해본 것일 텐데, 엄마는 너를 잘 키우고 싶어서 원하는 대로 다 해주기보다는 혼내고 훈육부터 하려고 한 것도 아직 어린 너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을까 생각해 본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머리칼도 쓸어주고 이마에도 볼에도 뽀뽀해 보고 아직은 작디작은 손바닥 발바닥도 만지작만지작 해본다. 그렇게 엄마가 된 나의 밤은 깊어간다. 우리 아빠도 이런 마음이었겠지 어렴풋이 짐작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나 한조각은 남겨놓으려구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