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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기 May 30. 2024

소설가 박경리 선생님 생가, 토지문학관

『너는, 어느 계절에 죽고 싶어』 2023 한국 소설 베스트셀러 이후

대한민국에서 가장 멋진 여성 '박경리' 의 생가에서

안녕하세요


저의 이전 글을 읽어보신 분 중에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 극성이었던 2021년과 2022년에 


강원도 원주의 한 호수 앞 원룸에서

2권의 책 

에세이 <실패의 실력>,

첫 장편 소설 <너는, 어느 계절에 죽고 싶어>를 집필했습니다.





이 방에서 12년 동안 3권의 책을 집필했습니다.









지난 글 링크 : 열심히 하니 결국 되네요 (첫소설 베스트셀러 등극)



많은 분들께서 격려와 응원을 해주신 덕분에 + 노력한 것 이상의 운도 함께 해준 덕분에

영광스럽게도 2023년 한국 소설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부끄럽지만 교보문고 광화문 본점에서 소소하게 기념행사도...

(루리웹 회원님도 많이 와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쓴 소설을 세상에 내고 싶다는 오랜 꿈'을

일단 이룬 저는 강원도 원주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코로나 동안 이 악물고 버틴 사업체를 다시 정상 운영하고

주변 친구, 지인들의 경조사에 빠짐없이 참석하여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고...



그런데, 

제 안에 여전히 뭔가 다 해소하지 못한

꺼내지 못한 무언가가 걸려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뭐랄까, 마치 오랜 시간 고대 하던 맛있는 식사를 하고 왔는데

소화가 잘 되지 않은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랄까...



그러던 와중에

원주에서 지내던 시기에 친구와 함께 '토지문화관'에 갔던 사진을 우연히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강원도 원주시의 남쪽,

충청북도 충주로 넘어가는 국도 인근 산 중턱에 있는 토지문화관 입니다









처음 방문했을 땐, 아직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기였습니다













정면에 보이는 주택이 박경리 선생님께서 생전 마지막으로 거주하셨던 곳 입니다






선생님의 친필 원고










선생님 생가에는 이렇게 생전의 살림을 고스란히 보관 중입니다









발코니로 나가는 문 옆 아래의 작은 출입구는 고양이들이 지나던 문이라고 합니다 







박경리 선생님의 책상






저 많은 장독대는, 박경리 선생님께서 찾아오는 후배 문인들에게 손수 식사를 대접하시면서

각종 장, 양념, 김치, 깍두기 등을 담글 때 쓰신 거라고 합니다.




오랜만에 사진을 보니 새록새록



그러던 중에 이게 뭐였지? 하는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창작공간?


문화관 투어를 진행할 때,

박경리 선생님 생가 바로 아래에 있던 건물들.











위의 건물들은 박경리 선생님께서 후배 문인들을 위해 남기신 '창작실'입니다.



3년 전 방문했을 당시에 

'언젠가 나도 이런 곳에서 글에 집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번뜩 생각났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작년 12월, 토지문화재단 홈페이지를 가보니


<2024년도 상반기 창작실 입주 작가 모집>이라는 공지가 있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정식 등단(신춘문예 또는 문예지를 통해 단편 또는 중단편 소설을 발표하는 일)도 하지 않은 제가

과연 지원해도 될지 재단 사무국에 전화하여 조심스럽게 여쭸는데


문학(소설, 시, 희곡, 동화 등) 작품을 정식으로 출간한 이력이 있다면

누구든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열심히 창작실 입주 지원서를 구구절절하게 작성하여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3월에 토지문화재단 사무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최초 선발에선 떨어졌지만 대기 1순위였고

마침 다른 소설가께서 개인 사정으로 못 오시게 되어 

저에게 차례가 돌아왔다는 연락이었습니다.


"언제 입주 가능하세요?" 사무국 직원이 말했습니다.





"내일 바로 내려가겠습니다."


그렇게 다시 원주로 내려갔습니다.













3년 만에 다시 찾은 토지문화관 입니다.


산간지방이라 아직 눈이 녹지 않은 모습입니다






창작실 이용 유의사항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모두 제공해줍니다





이곳이 식당





식단표 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중복되는 반찬이 거의 없이 매일 건강한 식사로 제공해주십니다


* 반찬으로 나오는 나물 종류는 전부

박경리 선생님께서 살아 생전 후배들을 먹이기 위해 직접 관리하셨던 텃밭에서 나는 야채와 채소들입니다



그리고 제 개인 창작실로 안내 받았습니다


(개인 창작실은 도착한 순서대로 제비뽑기로 결정되는데,

방마다 구조가 조금씩 다르고 각각 장단점이 있습니다)






넓은 책상, 커다란 창문, 발코니, 그 너머의 숲











사무국 직원분들과 먼저 와 계신 다른 작가, 예술가 선생님들께 

음료를 대접한 뒤







그동안 구상했던 

단편 소설 3편과 장편 소설 4편을 본격적으로 집필하기 시작했습니다


20대와 30대에 참 많은 도전을 했고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언젠가 그 경험들이 나의 큰 자산이 될 거라고 믿고 버텼는데


결국 그 경험과 기억들이 '소설가'로서의 자산이 되었습니다.


쓰고 싶은, 쓸 수 있는 이야기가 무척 많습니다.

앞으로 15년은 소재 걱정 없이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식사도 이렇게 무척이나 잘 나오고









이렇게 아늑하고 조용한 도서관도 있습니다








이 많은 책들이 이곳 토지문화관에서 집필된 작품들이랍니다.


개중에는 김호연 작가님의 <불편한 편의점>

작년 김승옥 문학상을 수상하신 권여선 작가님의 <각각의 계절>같이 익숙한 작품도 많이 있습니다












혹시나 하고 서가를 찾아봤는데 

제 소설도 초판본으로 있네요 ^^
















감사하고 또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집필에 몰두하다보니 어느새 봄이 왔습니다
















































봄이 된 이후론 밤길에 99.9프로의 확률로 고라니를 만나게 된다는 ^^




우리 한국 근현대사에는 잊지 말아야 할 훌륭한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자신과 가족의 안위를 희생하면서 독립 운동하셨던 분들

전쟁터가 되어버린 땅 위에서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켜주신 참전 용사 분들

군부 독재에 맞서 반 만년 한반도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주의를 가져와 주신 분들


그리고

전쟁 직후,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를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발전시킨 모든 분들...


저는 그 중에서도 '문학'이라는 장르에서

공동체 의식과 민족 정신을 지켜주시고, 생명의 소중함을 늘 말씀하셨던,


더 책을 많이 판매한 인기 작가도 물론 있을 테고

더 많은 재산을 축적한 경제인도 있겠지만


후배 문인들이 굶고 궁핍하고 위축되지 않게 이렇게 훌륭한 창작실을 남겨주시고

더 나아가 좋은 작품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던 우리의 자긍심을 지켜주신 박경리 선생님께

존경의 예를 다하며 마치겠습니다.






https://tojicf.com/








"꿈꾸는 자가 창조한다." - 소설가 박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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