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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Kim Dec 03. 2020

공평한 불편함을 선호하는 불편함

내가 좀 더 가지지 못하다면, 다같이 불편한게 낫다고?!

화이자에서 코로나 백신 3상이 성공적이라는 소식이 들렸다.

반가운 소식이다.

소식이 들리고 하루가 지나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마스크를 쓰는 지금 시절도 나쁘지 않다고.

모두가 조금씩 불편한 상황이,

모두가 조금씩 우울한 상황이 썩 나쁘지만은 않다고.

무슨 못된 심보인가.


나는 지난 10개월간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서 이 상황을 다르게 보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있어 좋은 점을 매일 한두개씩 찾아냈다.

그중에는

- 마스크를 쓰면 담배연기라든가 나쁜 냄새를 조금 덜 맡을 수 있다.

- 마스크를 써서 (또는 코로나로 인한 변화된 상황이) 미세먼지를 줄이고 파란하늘을 볼 수 있다면 이 정도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다.

- 마스크를 쓰면 화장을 안해도 (또는 덜해도) 된다.

- 마스크를 쓰면 안보이고 싶은 표정을 감출 수 있다.

등등이 있다.

그러다보니 마스크를 쓰는 지금 이상황, 코로나로 인한 우울감을 어느 정도 떨쳐낼 수 있었다.


또 한가지 좋은 점(?)에는 이런 것도 있다.

코로나가 없던 시절, SNS를 채우던 맛집 사진, 멋진 여행지 사진으로 배 아플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SNS를 그리 적극적으로 하는 편은 아니라 SNS로 인한 우울감은 없는 편이지만

적지 않은 이들이 소셜에서 상대적 박탈감과 우울감을 느낀다고 어디선가 본 것 같다.



지젝이 한국을 찾았을때 강연에서 말했다.


사람들은 나에게 10만원을 주고 다른이에게

50만원을 준다면 없던 10만원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남도 나도 안받는게 좋다고. 그걸 선택한다고.


없는 것보다 나은게 아니라

공평한 불편함, 공평한 가난을 선택하는 것이다.


공평이라는 좋은 단어가 포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남이 나보다 더 가지는 것보다

다같이 불편함을 선택한다.

나는 그때  지젝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들에 대한 희망이 있었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선하고 모두가 행복한 것을 선택한다고.


지금 지젝의 말이 이해되는 나에게 섬찟함을 느낀다.


마스크를 안써도 되는 날, 더 심한 것(어쩌면 방독면 같은)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도록

반가운 일을 순수하게 반갑게 느낄 수 있도록 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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