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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재미 Jul 10. 2019

[COPS] Outside the Box

디자인씽킹 - Forget B.school, D.school is hot

코딩을 배울 때 가장 먼저 필요한 도구를 떠올려보자. 열 중 아홉은 '컴퓨터'라고 답할 것이다. 실리콘 밸리 출신의 사마이라(10세)는 직접 개발한 '보드게임'을 활용하여 아이들에게 코딩을 가르친다. 보다 쉽고 재미있게 코딩의 기본개념을 익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SAMAIRA MEHTA @MWC19
http://www.coderbunnyz.com/



구글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딩 워크숍에서 사마이라를 강연자로 초빙했고, 깊은 인상을 받아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다시 한번 강연을 진행했다. 최종적으로 사마이라에게 미래에 입사를 고려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그녀를 돋보이게 한 것은 코딩-컴퓨터라는 고정관념에 갇히지 않고, 코딩-보드게임이라는 창의적인 사고를 해낸 점이다. 이는 최근에 혁신을 위한 방법론으로서 기업의 열광을 받고  있는 '디자인씽킹(Design Thinking)'과 맞닿아 있다.


디자인씽킹이란, 디자이너가 활용하는 문제 중심 사고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디자인은 미적 감각만 중요시한다는 오해를 받는데, 실제로는 매우 과학적인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 고객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하여 조사를 바탕으로 가설을 세우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디자인에 대한 나의 관점이 바뀌게 된 계기는 대학생 시절 덴마크 디자인 뮤지엄(DDM)을 방문했을 때다.



LifeStraw, designed by Vestergaard Frandsen



가장 기억에 남는 제품은 'LifeStraw'라는 이름의 생명을 살리는 빨대다. 매년 84만 명이 오염된 식수로 인해 사망하는데, 이를 위한 해결책으로 디자이너는 휴대 가능하며 필터가 장착된 빨대를 고안했다. 결과적으로, 제3세계의 아이들은 간편한 방법으로 맑은 물을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의 삶을 극적으로 바꿀 수 있는 디자인의 힘을 느꼈다.


디자인의 역할은 시간이 지날수록 급부상하여, 이제는 B.school(비즈니스 스쿨)보다 D.school(디자인 스쿨)이라는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 가장 최초로 D.school의 모델을 정립했으며, 최고로 손꼽히는 곳은 스탠포드 대학교다. 엔지니어링, 디자인, 경영 등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팀이 되어 프로젝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제공한다. 비슷한 전공의 학생끼리 모여 있을 때보다, 다양한 시각에서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훈련을 할 수 있다. 물론 D.school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창의성을 가르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비즈니스 스킬로서 디자인씽킹을 배우기에는 좋은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D.school에서 가르치는 것은 각 영역의 전문가와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이다.



Design Garage @Standford D.school



1. 전문성을 잃지 않기


D.school에서는 결코 디자이너에게 기술을 배우라거나, 경영자에게 디자인을 배우라고 하지 않는다. 각자 고유한 전문 영역을 가져가되, 협업하여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하는 법을 고민한다. 바꿔 말하면, 팀에서 개인에게 기대하는 것은 전공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다. 이를 회사에 적용해볼 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직무 순환제도는 옳을까?


프로페셔널함에 집중하는 것 대신에 그저 다양한 직무경험이라는 구실로 직원을 한 회사에 오래 머물게 하려는 장치는 아닐까? 직무와 관련하여 깊이 있는 교육을 제공하지 못해서 제시한 차선책은 아닐까? 직무 순환제도와 커뮤니케이션 교육 중에서 무엇이 기업을 더 효율적인 목표 달성으로 이끄는가?

밀레니얼 세대에게서 이미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졌고, Z세대에게는 더욱 그렇다. 한 회사에만 있을 생각이 없다는 것은 전문성 있는 커리어를 중요시 여긴다는 뜻이다. 궁극적으로는 직무 순환제도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2. 기술보다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지금 한국에서는 코딩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부터 Z세대에 해당하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의 코딩 교육이 의무화되었으며, 대학생들도 취업 스펙으로 이력서에 몇 줄을 적기 위해 코딩을 공부한다. 이렇게 모두가 달려들어 코딩을 공부하는 것이 맞을까?

나는 한국의 교육이 본질을 크게 놓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적성에도 맞지 않는 학생들이 어중간하게 기술을 배우기보다, 많은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활용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기르는 게 낫다. 나의 경우에는 뛰어나지만 소통이 힘든 기술자보다, 기술이 좀 떨어져도 소통이 원활한 사람과 일하고 싶다. 코딩 대신에 토론 교육이 의무화되었다면 어땠을까? 코딩 교육 의무화는 대외적으로 홍보하기에 좋으나, 내실을 다지기 위한 우선순위는 아니다.




디자인씽킹의 key는 창의성보다 커뮤니케이션에 있다. 영어를 배울 때 문법보다 중요한 것은 상황에 맞는 표현이다. 디자인씽킹에서도 마찬가지로 너무 방법론에 집착하지 않았으면 한다. 결국 우리가 원하는 것은 새로운 세계와 만나 대화하고, 시야를 확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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