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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재미 Jul 08. 2019

[COPS] Co-work (2)

우리가 함께 일한다는 것 - 애자일에 대하여

생애 처음으로 워크숍에서 로봇 코딩을 해본 적이 있다. 레고를 조립하여 상대방과 겨루는 게임이었는데, 여섯 팀 중에서 4등을 했다. 1등 팀을 면밀히 관찰해보니 내가 속한 팀과는 다른 점이 보였다.



하드웨어 + 소프트웨어 + 전략의 조화

많은 테스트 횟수에 따른 수정 보완

수평적인 의사결정



1등 팀에서는 로봇의 몸체를 적당히 디자인하고 바로 코딩에 들어갔다. 이후의 작업은 의견을 교환하며 동시에 진행했다. 알고리즘의 밑그림이 대략 그려지고 난 뒤, 수치 등의 디테일은 테스트를 거치며 조정해갔다. 여러 번 실험을 하다 보니 어떻게 하면 더 빨리 움직여 상대방을 공격하기 좋겠다는 전략이 섰다. 그렇게 구성원 모두가 활발히 리액션하며 동의하는 의사결정을 해나갔다. 이들이 일하는 방식만 봐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교를 위해 내가 속한 팀의 방식을 공유한다. 아쉽게도 하드웨어를 구성하는 데 주어진 시간의 90%를 투자했다. 안전하고 튼튼하게 로봇을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느라, 정작 소프트웨어는 뒷전이었다. 특히 팀에서 프로그래머를 맡고 있는 내가 여러 번 테스트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로봇은 디자이너의 손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나머지 인원에서 idle time이 발생한 것은 당연했다. 종료 5분 전에 겨우 테스트를 마치고 이상이 없다는 사실 정도만 확인한 뒤에, 바로 경기에 임했다. (결과에 상관없이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이콘을 활용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코딩 프로그램


유일하게 이겼던 패자부활전의 기쁨




결과의 차이를 불러온 건 '애자일' 했느냐의 여부다



최근에 여러 조직에서 IT기업을 본받아 '애자일(민첩함)'을 학습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몸집이 작으면 상황의 변화에 보다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다. 몇 년 간 여러 콘퍼런스에서 꾸준히 다루어져 왔다. 그럼 이해를 돕기 위해 애자일의 정석으로 불리는 '스포티파이(Spotify)'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들이 유명해진 데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뿐만 아니라, 독특한 조직 구성도 한 몫했다.






트라이브(Tribe): 부족을 연상시키듯 40~150명으로 구성된 스쿼드의 집합

스쿼드(Squad): 6~12명으로 구성되어 장단기 미션을 부여받는 분대 단위

챕터(Chapter): 같은 트라이브 내에서 유사한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모임

길드(Guild): 공통 관심사를 나누고 싶은 사적인 모임



프로젝트에 따라 필요한 구성원들이 팀으로 뭉쳤다가 흩어진다니, 얼마나 유연한가! 아직은 이 방식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있지는 않다. 대신에 아주 적은 수의 기업에서 소규모팀을 대상으로 테스트 마켓처럼 꾸려 실험을 하는 모습이다. S그룹 팀 헤드에 따르면, 아무래도 보수적인 한국 기업문화 특성상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선례를 쌓아가며 긍정적인 바람을 불러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셨다.








아마 국내에서 가장 흔하게 운영되며 비슷한 조직 구성을 꼽으라면 TF(Task Force) 일 것이다. 특정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인력을 모아 임시로 운영하는 팀을 뜻한다. 다른 인사담당자들과 TF 운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본 결과, 아래와 같은 고민을 갖고 있었다.


TF에 적합한 인력을 배치하기 위한 구성원의 특장점 관리가 되어있지 않다

TF에만 소속되어 해당 이슈를 집중적으로 해결하는 게 아니라, 겸직을 하는 환경 탓에 업무가 과중된다

TF의 종료 시점이 불명확하며, 결과물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여도를 평가할 수 있는 척도가 없다


단기적인 TF에서도 이런 문제점이 보이는데, 애자일이 조직 구성의 기반으로서 적용된다면 큰 혼란을 불러올 것이 당연하다. 인력관리, 프로젝트 운영방식, 평가제도 등 다방면에서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다.








평소 애자일한 조직 구성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보았지만, 업무 프로세스 방식은 조금 생소하다. 스크럼(Scrum)과 칸반(Kanban)이 대표적이다. 두 방식의 공통점은 효율적으로 일하여 시간낭비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그럼 이들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특히 내가 전사에 도입해보고 싶은 업무 툴은 '스크럼 보드'다. 전체적인 상황을 볼 수 있는 스크럼 보드에 팀별로 할 일(To-do), 오늘 할 일(Do Today), 진행 중(In Progress), 완료(Done)로 구분하여 작업을 기록한다. 누가 어떤 단계에 있으며, 함께 협력해야 할 사람은 누구인지, 업무의 양은 골고루 분배되었는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혹여 관리자가 없더라도 스스로의 위치를 체크하며 일하게 만드는 스마트한 시스템이다.



스크럼 보드(Scrum Board)



그런데 문득 '이러한 업무 방식을 환영할 조직 구성원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유독 일할 때만큼은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한다. 모니터에 보안 필름을 붙여 두고, 상급자에게는 어떤 업무를 하고 계시냐고 묻는 것이 실례가 된다. 나는 이를 '숨어서 일하는 문화'라고 부르고 싶다. 어찌 보면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사는 한국 사람들에게 애자일은 그다지 새로울 게 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자일의 근간에는 함께 일하는 조직문화가 있다. 우리는 진정으로 함께 일하고 있는가?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애자일의 시대에는 둘 다 틀렸다. 이제 우리는 빨리 또 함께 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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