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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경지명 Oct 22. 2023

내 손으로 만든 첫 책

아픈 만큼 성장하는 책 쓰기

처음 책 비슷한 걸 출간한 것은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결혼 4년 만에 어렵게 아이를 가지고 2008년부터 2년간 육아휴직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육아휴직을 하면서 내가 살림에는 별로 소질이 없다는 것과 집에 있는 것을 못 견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엄마로서 아이를 돌보면서 아이가 자라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물론 행복했다. 하지만 집에 있는 시간이 무료하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었다. 시간이 그냥 흘러가 버리는 것 같아 허무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인터넷에서 육아일기를 책으로 만들어 주는 사이트를 발견했다. 2년간의 공백으로 업무에서 뒤처진다는 느낌, 육아의 어려움 등을 육아일기를 쓰며 어느 정도 극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감정의 요동침을 일기에 쏟아냈다. 100일간 매일 출석하여 글을 남기면 무료로 책을 만들어주는 이벤트가 진행 중이었다. 300일 이상을 매일 썼다. 꾸준하게 출석해서 글을 올리다 보니 무료 출간의 기회를 얻었다. 온라인에 올린 글 중에 책에 실을 내용을 고르고, 사진을 선택하여 돌잔치 기념으로 육아일기를 책으로 제작했다.      


첫 육아일기 책 이야기를 하다 보니 돌잔치를 준비하던 기억도 떠오른다. 흔히 웨딩숍에서 하는 돌잔치가 싫어서 아이의 첫 생일을 내 손으로 이것저것 준비했다. 조촐하게 가족들만 초대해 전통 돌상으로 꾸몄다. 돌잔치 기념 성장앨범도 따로 만들지 않았다. 필자가 직접 제작한 육아일기 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왕 할 거 좀 더 많은 분을 모시고 화려하게 할걸. 남들 하는 거 나도 다 해 볼 걸.’ 잠시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필자의 손으로 직접 준비한 돌상이라 더 보람 있고 의미 있었던 것 같다. 매사에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첫 돌을 준비하며 완성한 육아일기를 읽다 보면 아이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육아휴직 둘째 해에 두 번째 육아일기 책을 만들었다. 복직 후에는 아이 사진을 중심으로 세 번째 육아일기 책을 펴냈다. 육아일기 책을 손에 넣고 보니 육아휴직으로 보낸 시간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순간순간이 한 권의 책으로 모인 것을 눈으로 확인하니 모든 순간이 의미 있게 느껴졌다.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다. 최소한 1년에 한 권은 아이의 성장 과정이 담긴 책을 만들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복직 후 학교생활을 병행하면서 실천하기가 쉽지 않았다. 앞서 출간한 책도 주로 책장에 꽂혀 있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대여섯 살 무렵 한글을 떼고 글을 무리 없이 읽게 된 아이가 책꽂이에 꽂혀 있던 육아일기 책을 발견했다. 머리를 박고 열심히 읽는가 싶더니,     

“엄마가 나 아플 때 이렇게 돌봐줬구나~”

“엄마가 나한테 마사지도 해줬어?”

“엄마가 ‘사과가 쿵’ 동화책 계속 읽어줘서 내가 그 책 좋아하게 됐구나~”


기록해두지 않았다면 몰랐을 유년 시절의 추억을 아이에게 선물해 줄 수 있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육아일기 책을 보면서 온전히 엄마가 자신과 함께 보낸 시간이 있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엄마의 사랑을 느낄 수 있으니 아이에게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있을까? 일상 기록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렇게 알게 모르게 나는 언제부턴가 작가의 꿈을 가슴속에 품고 있었다. 또 생각에 머물지 않고 소소하게나마 글쓰기와 책 쓰기를 실천하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시작은 있다. 생각이 그저 생각에만 머무른다면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마음속에 품고 있는 꿈이 있다면 일단 기록을 시작해 보자. 주변을 살펴보면 내가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의외로 많다는 것을 기억하자. ‘제가 번역해 보고 싶어요.’ 이 댓글 하나로 필자가 번역서를 출간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 출판사 대표에게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저를 뭘 믿고 번역을 맡기셨어요?’라고 질문했더니 ‘메일 주고받으면서 선생님의 열정이 느껴졌어요. 번역을 꼭 하고 싶다는 의지도 느껴졌고요.’라고 했다. 오랫동안 품고 있는 꿈은 흘러넘쳐 보는 이들에게도 전해지나 보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 책을 쓰면서 필자가 깨닫게 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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