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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경지명 Oct 22. 2023

‘출산’의 고통과 맞먹는 ‘출간’의 고통

아픈 만큼 성장하는 책 쓰기

   


<긍정의 힘으로 교직을 디자인하라>를 2019년 2월에 출간했다. 수업이나 학급경영 관련한 책은 굳이 투고하지 않아도 함께 작업한 출판사들 통해 꾸준히 낼 수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작가로서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교사라는 타이틀을 떼고 필자가 쓴 글 자체로 인정받고 싶었다. 이은대 작가님의 책 쓰기 수업을 듣고 그 과정에서 안내하는 대로 매일 한 꼭지씩 썼다. 한 꼭지 분량을 다 못 채우는 날도 많았지만, 목차대로 하루에 한두 줄이라도 썼다. 35일을 매일 쓰니 책을 구성할만한 분량이 채워졌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새벽 기상을 시작했다. 새벽 시간이 아니고는 글 쓸 시간을 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초고를 다듬어 출판사에 투고했다. 출판사 몇백 곳에 이메일을 보냈다. 과연 필자의 글을 읽고 출간하겠다는 곳이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새벽에 메일을 보내자마자 출판사 한 군데서 바로 전화가 왔다. 당장이라도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을 때의 그 설렘이란!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출판사 몇 군데서 추가로 연락이 오자 과연 어느 출판사와 계약해야 할지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살면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행복한 고민의 순간이었다. 출판사만 정해지면 모든 것이 다 끝날 줄 알았는데 막상 편집 과정을 겪어보니 초고는 진짜 초고일 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책 쓰기 강사님들이 ‘초고는 다 쓰레기’라는 말을 왜 강조하는지 그때야 알게 되었다.      


퇴고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책을 처음부터 다시 쓰는 느낌이었다. 오타가 문제가 아니었다. ‘이 내용을 과연 책에 넣어도 될까?’ ‘이 글을 읽었을 때 불편해할 사람은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모든 문장에 검열이 들어갔다. 실제로 순화시키거나 아예 드러낸 내용도 꽤 있다. 필자가 쓴 책의 첫 독자는 필자 자신이었고 그다음은 남편이었다. 남편에게 교정·교열을 부탁했다. 자의 반 타의 반 빨간펜 선생님 역할을 하게 된 남편. 자기 일처럼 기꺼이 새벽까지 글을 봐주고 수정해 주어서 지금도 고맙게 생각한다. 출판사에서도 어느 정도 교정 의견을 주긴 하지만 퇴고의 몫은 오롯이 작가에게 있다. 그 모든 과정이 진짜 아이를 출산하는 과정만큼 힘들었다. 퇴고할 당시 집수리 때문에 시댁에 며칠 들어가 있었는데 그때가 한창 퇴고 작업해야 할 때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왼쪽 손가락도 다쳤을 때여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책을 냈지만, 기대만큼 세상이 책에 주목하지 않는 것 같아서, 책 내용에 대해 비판받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일종의 우울증을 겪기도 했다. 이전에 <프로젝트 수업 어떻게 할 것인가> 번역서 출간과 <체인지메이커 교육> 책을 공저한 적이 있었지만 단독 에세이는 이전 책과는 성격이 또 달랐다. 번역서야 어차피 개인적인 이야기가 아니었고 <체인지메이커 교육>도 이론 정리와 수업 사례를 엮은 것이니 개인사가 노출된 건 아니었다. 에세이는 달랐다. 어린 시절부터 23년 교직 생활이 실려 있었기에 발가벗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이렇게 다 해도 되나?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누가 궁금해하겠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후 <가슴에 품은 여행>, <중등 학급경영_행복한 교사가 행복한 교실을 만든다>, <어서 와! 중학교는 처음이지?> 등 여러 권의 책을 낼 때마다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공저는 공저대로의 어려움이 단독 저서는 저서대로의 어려움이 있었다. 책 쓰는 작업이 반복된다고 해서 그 과정이 만만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책마다 공을 들이고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것은 마찬가지다.      


<긍정의 힘으로 교직을 디자인하라> 출간하고 나서 메일로 자신도 독일어 전공인데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고, 자신은 그걸 숨기고 살았는데 필자가 책에서 불어 전공자인 것을 당당하게 밝힌 것을 보고 자신도 힘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읽고 필자가 더 힘을 얻었다. 필자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힘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책을 쓴 보람을 느꼈다. 책 내용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고 손 편지와 함께 커피를 학교로 보내주신 분도 있었다. 선물했더니 본인도 선생님처럼 도전하며 살겠다는 장문의 편지를 보내온 제자도 있었다.


솔직히 책 출간까지의 노력이 판매 부수로 연결되지 않아 실망하기도 했다. 출산의 고통에 비유할 만큼의 아픔을 겪고 나온 책이니 이왕이면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왜 안 들겠는가. <긍정의 힘으로 교직을 디자인하라> 책이 비록 1쇄도 다 팔리지 않았지만 책을 처음 쓸 때의 마음처럼 누군가에게 가 닿아 도움을 줬으니 그것에 만족한다. 판매 부수와는 상관없이 단 한 명의 독자라도 내 책을 통해 감동받고 도움을 받았다면 그것으로 참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 나오는 책들도 그렇게 누군가의 마음을 울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식 같은 책들이 이왕이면 많은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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