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학교 영어교사입니다]
테드는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미국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TED(Technology・기술, Entertainment・오락, Design・디자인)는 미국의 비영리 재단에서 운영하는 강연회이다. 정기적으로 기술, 오락, 디자인 등과 관련된 강연회를 개최한다. 최근에는 과학에서 국제적인 이슈까지 다양한 분야와 관련된 강연회를 개최하고 있다. 강연회에서의 강연은 18분 이내에 이루어지며 이 강연 하나하나를 'TED Talk'라 한다. "알릴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Ideas worth spreading)"가 모토이다. 초대되는 강연자들은 각 분야의 저명인사와 괄목할 만한 업적을 이룬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중에는 빌 클린턴, 앨 고어 등 유명 인사와 노벨상 수상자들도 많이 있었다.
<위키백과, ‘테드’ 참조>
그런데 10대들을 위한 테드에드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테드에드(TED-Ed, https://ed.ted.com/)는 테드의 교육용 버전이다. 테드에드는 기존의 TED-Talk(강연위주의 영상)와 달리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교육적인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TIE는 테드의 정신을 계승하여 테드에드를 활성화하는, 쉽게 말하자면 테드에드 홍보교사인 셈이다. 단순히 테드에드를 홍보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학생들이 중심이 된 프로젝트 수업을 지향하고 실천하면서 아이디어를 나누는 모임이다. ‘Amplify Students’ Voice!(학생들의 목소리를 증폭시켜라!)’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다. 학생들을 세상과 연결 짓는 것이 TIE가 지향하는 목표 중 하나이다. 이 부분은 체인지메이커 교육과도 일맥상통한다.
테드에드TED-Ed에서 주최하는 TIE 2기에 선발되었다. TIE란 TED-Ed Innovative Educators의 약자로 교육 분야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교육자들의 모임이다. 2016년 2월경 1차 서류 심사(구글 설문지에 답변 작성)를 거쳐 4월경 담당자와 비디오콜Video-Call로 2차 면접을 한 후 최종 TIE 멤버에 선정되었다. 나중에 담당자에게 듣기로 1000명 정도가 서류 전형에 응시를 했으며, 2차 면접 때 200명 정도가 면접을 봤다고 했다. 그 해 뽑힌 30명의 TIE에 내가 들어가 있다니 지금 생각해도 기적 같은 일이다. 2016년 6월 27일부터 7월 1일까지 캐나다 밴프Banff에서 열리는 ‘2016 테드 서미트TED SUMMIT’에 초청받기도 했다. 당시 초청받은 한국인은 2명으로, 다른 한 분은 경기도의 생물 선생님이었다. 현재 TIE 3기까지 선발된 한국인은 나를 포함해서 3명뿐이다. 당시 테드 서미트에 초청받아 참가한 여러 나라의 교사들과 교육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 그 경험을 여러분들과 나누고자 한다.
캐나다 밴프에 도착한 첫날은 숙소를 배정받고 테드에드팀과 저녁 식사를 했다. 다음날 첫 프로그램으로 TIE로 선정된 30명이 돌아가면서 자신의 프로젝트에 대해 2분간 발표, 3분간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비록 테드 강연 본 무대에 선 것은 아니었지만, 원어민들 앞에서 영어로 발표를 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쉽지 않은 일이었기에 끝내고 나서 뿌듯함도 컸다.
한국은 EFL(English as Foreign Language, 영어를 외국어로 배움) 상황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사용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학생들은 일상생활에서는 영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고 싶습니다. 학생들이 지난 달에 했던 프로젝트처럼 그들 스스로 특정한 주제를 소개하는 영상을 만들도록 할 계획입니다.
학생들은 우리 지역이나 학교를 소개하는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이 영상들을 유튜브에 올리고 테드 서미트 페이스북에 링크를 공유했습니다. 보신 분 있으세요? 네! 여러분 중 몇몇 분이 긍정적인 피드백을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학생들은 여러분들의 댓글을 보고 뿌듯해했습니다.
제가 학생들의 걸작(?)을 온라인에 올려 전 세계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에 학생들은 놀라는 눈치였어요.(진짜 제가 자신들의 결과물을 유튜브에 올리고 공유할거라고 생각을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해낼 수 있다는 것과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것 같습니다.
"우리 지역 소개 영상을 만드는 과정은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영어로 쓰는 것은 어려웠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영어로 쓰는 것에 대해 많이 배웠습니다. 영어 작문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이것은 학생들이 영상 제작 후에 쓴 성찰 일지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프로젝트가 많은 면에서 학생들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영어에 노출되고 나와 세상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포함해서요. 이런 프로젝트를 계속하고 싶습니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한 영상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더 줄 것입니다. 또한 직접 만든 영상을 사용하여 테드에드에 레슨 플랜을 만들도록 독려할 것입니다.
My students made a video introducing my city or my school. I uploaded those videos on YOUTUBE and linked them into our TED SUMMIT facebook Group. Has anyone of you seen them? Yes! I really appreciated that some of you left a positive comments. My students seemed to be proud of themselves when they saw those comments.
They were surprised that I really uploaded their masterpieces online and share them with the people all over the world. They might realize that their power and the importance of communicating in English.(At first they didn't seem to believe me.)
"The process of making video gave me a chance to think about my city and observe it deeply. It was hard to write in English but I learned a lot about writing in English this time. I realized the need of practicing writing in English."
These ideas are not mine. These ideas are all from my students’reflection journals they wrote after making videos. I think this project provided a good stimulus to my students in many ways. Including exposing themselves to English and to the world!
I want to keep this project on. I'll give my students more chances to make their own videos about some subjects. Plus they might create a lesson on TED-Ed.com using their own made videos.
발표가 끝난 후 나의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지고 질문을 하는 참가자들과 따로 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디자인씽킹에 관해 발표를 한 분도 있어서 이후 서로 어떻게 협업을 할 수 있을지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이렇게 TIE간의 미니 워크숍을 마친 후, 나머지 일정은 테드 서미트 일정에 따랐다.
테드 서미트는 1년에 한 번 열리는 테드 컨퍼런스이다. 테드 서미트에 참가하게 되면 우선 테드 토크 방청 기회가 있다. 테드 스피커들의 강연을 현장에서 직접 들을 수 있는 것이다. 테드 강연을 현장에서 듣는 것 외에 매일 오전 오후 강좌를 골라 들을 수 있다. 오후에는 야외 활동 시간이 주어진다. 며칠간 머물면서 루이즈 강Lake Louise도 가보고 주변 산책도 즐길 수 있었다. 오전에 들었던 수업은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수업, 마르코 템피스트Marco Tempest의 마술 수업, 존 론슨John Ronson과 다니엘 핑크Daniel Pink의 대담 등이었다. 알고 보니 마르코 템피스트, 존 론슨, 다니엘 핑크 등은 세계적인 유명인사였다. 존 론슨의 경우 한국 영화‘옥자’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대담에서 했다. 대담이 끝나고 바로 레이크 강까지 가는 셔틀을 타야 하는 일정 때문에 존 론슨과 기념사진을 찍을 틈이 없어서 아쉬웠다. 다행히 다음날 저녁 스프링스 호텔Banff Springs Hotel 저녁식사 자리에서 만날 기회가 있어 용기 있게 말을 걸었다. 한국에서 왔고 어제 대담에서 옥자라는 한국 영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니 사진도 함께 찍어주고 내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마웠다. 한국을 방문한 적은 아직 없었다고 하는데, 영화가 반응이 좋으면 한국도 한번 오지 않을까 기대를 하기도 했다. 옥자는 국내의 소극장에서만 개봉했는데, 일부러 찾아가 볼 정도로 이 날의 기억이 나에게는 특별하게 남아 있다. 존 론슨과 사진을 찍을 때 제임스James Veitch라는 영국 코미디언도 만났다. 2016 테드 서미트 무대에서 두 번이나 강연을 하고 청중들의 호응을 많이 받았던 분이었다.
테드 강연은 전문 분야에 관한 내용이 많다. 한글 자막이나 통역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극장에 앉아 15-20분짜리 강연을 4-5개 연달아 듣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나도 모르게 눈이 감기는 경우가 많았다.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왜 잠을 자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는 순간이라고나 할까? 알아듣지 못하고 또 흥미가 있는 분야가 아니니 당연히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테드 강연자나 세션 진행자들에 대해 더 꼼꼼하게 조사하고 그 내용을 알아 갔더라면 좀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지 않았을까 후회가 된다. 하루 이틀 동안은 시차 적응을 못해서였는지 하루 종일 멍한 상태로 잠밖에 오지 않았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되자 귀국해야 해서 좀 더 많은 곳을 가보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지 못한 부분이 너무 아쉽다. 그런 아쉬움은 밴프에서 돌아온 후 블로그에 남긴 글에서도 잘 나타난다.
<2016.07.04. 블로그 포스팅 중에서>
출국 전에 테드 서미트를 준비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냥 도착하면 어떻게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이 피치pitch도 거의 준비를 못하고 출국 전날 대충 끄적여본 건데...
지금 생각해 보면, 다른 일을 제쳐두고서라도 피치 준비며, 테드 토크 스피커들에 대해 좀 더 공부를 하고 갔더라면, 내가 얻어서 온 것이 더 많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된다. 선택과 집중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이런 기회가 다시 한 번 주어지게 된다면, 세상에 나와 우리 지역을 좀 더 알리고 어필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여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번에는 TIE가 아닌, 테드 펠로우TED fellow나 translator(번역 자원봉사 요원) 자격으로라도 테드 컨퍼런스에 다시 한 번 참여하여 이번에 느낀 아쉬움을 만회해보고 싶다. TIE 역할을 열심히 하다 보면, 앞으로 이런 기회가 다시 올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든다. 이번 기회가 마지막이 아닐 것임을 확신한다. 다음번에 이런 기회가 왔을 때 최대한 후회가 없도록 나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주어진 기회를 잘 살리며 살기로 해야겠다.
이번 일주일간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면서, 나의 민낯을 마주한 좋은 기회였다. 내 바운더리, 세이프 존에서 벗어나 생활해 보니 주변 분들의 고마움에 대해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나의 직업, 커리어를 떠나 인간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나 자신을 좀 더 매력 있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리고 조금은 더 나 자신을 솔직하게 들어낼 수 있는 편안함을 갖추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내면의 자신감을 좀 더 키워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나의 추측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지 말고, 내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테드 서미트는 끝이 났지만,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말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와 닿는다. 끊임없는 성찰을 통해 앞으로도 더욱 발전할 것이라 믿는다. 내가 체험한 테드는 학생들을 세상과 끊임없이 연결하려는 시도를 한다는 점이 좋았다. 나중에 너희들이 커서 성공하기 위해 지금 참고 공부해야 한다가 아니라, 지금 행복하기 위해 지금 너희들이 하는 일들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를 보여주려는 시도들이다.
테드 큐레이터인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이 TIE에게 던졌던 세 가지 질문 중 하나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 'How do we get kids ready for the new future that's coming? the new future of work?'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이 다가오는 미래(새로운 직업의 미래)를 준비하도록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내가 평소에 생각하던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살아가는 힘을 기르게 할 수 있을까'와 맞닿아 있다. TIE로 선발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인터뷰 질문을 받았다. 그 중 하나가 교육의 본질에 관한 질문이었다. 다음은 그 대답이다.
"To me, innovation in education means to go back to the essence of education. Educations is raising a person, I think. It is encouraging students to try something new, instead of defining their abilities by scores."
"나에게 교육에서의 혁신이란 교육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다. 교육이란 한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다. 학생들이 무언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그들의 능력을 점수화시켜 규정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그런 높은 경쟁을 뚫고 TIE가 될 수 있었는지 되돌아보면, 바로 내가 가지고 있는 교육에 대한 철학과 실천 정신을 그들이 알아보고 높이 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크리스 앤더슨과의 만남에서 기억에 남는 메시지가 하나 더 있다.
"Never doubt that a small group of thoughtful, committed citizens can change the world.
Indeed, it's the only thing that ever has. — Margaret Mead"
"사려 깊고 헌신적인 소수의 시민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사실, 지금까지도 그래왔다."
나 또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그런 사려 깊고 헌신적인 소수로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Bonus!
<학생들이 직접 만든 우리 지역 소개하기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95Q3H0YQnlk&spfreload=10
-<긍정의 힘으로 교직을 디자인하라>(2019.2.20.) 중에서
*테드 서미트 참여를 활용한 프로젝트 수업 사례는 <학생 주도성을 돕는 프로젝트 수업>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3528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