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학교 영어교사입니다]
교사 중심의 강의식 수업을 버리고 배움의 공동체, 거꾸로교실, 비주얼씽킹 등 다양한 교실수업 개선 방법들을 수업에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매일 매시간 백 퍼센트 만족하는 수업을 하고 있지는 않다. 간혹 단순히 새로운 활동의 성공 여부나 학생 활동 결과물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을 할 때도 있다. 배움의 공동체는 이래야 하고, 거꾸로교실은 저래야 한다는 형식과 틀에 갇혀 정작 수업 중에 아이들과 눈 맞추고 소통, 공감하는 데는 소홀하지 않은지 회의가 들 때도 있다.
1년에 기본 300시간 이상, 어떤 해에는 700시간 이상의 연수를 들은 적도 있는 내가,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많은 연수를 받더라도 듣기만 하고 내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또한 배운 대로 실천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배운 것을 표현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나누지 않으면 쓸모없는 일이 아닐까?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수업 시간에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듣고 배워도 실생활에서 활용하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던 차에 2016년 1월, 운명처럼 ‘체인지메이커 퍼실리테이터Changemaker Facilitator’과정에 참가하게 되었다.
체인지메이커 교육에서 강조하고 있는 첫 번째 요소는 바로 공감(Empathy) 능력이라고 한다. 어쩌면 민주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 덕목이 공감능력일지도 모른다. 공감능력(나에 대한 공감이 우선)을 바탕으로 내 주변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함께 고민을 나누다 보면 협업능력도 길러질 것이다.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문제해결능력 뿐만 아니라, 응용력, 창의성, 팀워크, 리더십 등 사회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역량 또한 자연스럽게 길러질 것이다. 앞으로의 사회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보다는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들 한다. 체인지메이커 교육은 학생들이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문제점을 스스로 발견하여 이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이다. 이런 체인지메이킹 역량이야말로 21세기를 살아갈 우리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역량이 아닐까?
체인지메이커 교육, 디자인씽킹Design Thinking, 비경쟁토론을 접하고 아주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수업의 방향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미 수업의 주도권을 학생들에게 많이 넘기긴 했지만, 교사가 문제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여 해결해 나간다는 점이 획기적으로 다가왔다. 방법의 변화가 아니라, 마인드 셋의 변화를 강조하고 있는 점 또한 크게 와 닿았다.
그곳에서 만난 체인지메이커 교육 담당자들, 비경쟁 토론 지도자들과 밤새워 이야기를 나누면서 체인지메이커 교육에 푹 빠져들었다. ‘이 좋은 것을 혼자만 알고 있을 수는 없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나’라는 생각에 바로 일을 벌였다. 지역교육청 소속 전 학교에 공문을 발송하여 관심 있는 선생님들을 모집했다. 2016년 2월, 40여명을 대상으로 체인지메이커 연수를 실시하였다. 이후 매월 교사모임 및 학생 워크숍 등의 프로그램으로 ‘체인지메이커 프로젝트수업 연구회’를 운영하게 되었다. 2017년에는 교육청에서 지원하는‘교사전문학습공동체’에 선정되었다. 2016년 자발적으로 운영되는 연구회 활동을 지켜보던 교육청 담당자분이 전문학습공동체 활동을 제안했다. 교사들로부터 시작된 자발적인 협의체 문화가 교육청에서도 인정받고 지지받았다는 점에서 뜻 깊었다.
연구회를 시작할 용기가 어디서 생겼는지 돌이켜 보면, 체인지메이커 퍼실리테이터 연수를 통해 내 안에 이미 체인지메이커로서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 것이 가장 큰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다양한 연수와 평소 가지고 있던 고민을 통해 실천의 중요성을 깨달은 시기에 체인지메이커를 만나게 되어 타이밍도 잘 맞았던 것 같다. 체인지메이커! 어떤 점이 나를 움직인 것일까? 2016년 당시 작성했던‘체인지메이커 퍼실리테이터’참가 신청서에 적힌 내용을 보면, 내가 체인지메이커 교육에 얼마나 깊이 빠져 있었는지를 새삼 알 수 있다.
질문 01. 본인이 생각하는 ‘체인지메이커 교육’의 정의와 그 필요성에 대해 간략히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파악한 ‘체인지메이커 교육’은 2014년 후반기부터 실천하고 있는‘거꾸로교실’수업과 연계하여 생각이 떠오르게 된다. 미래교실네트워크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거꾸로교실’을 수업에 적용하면서 단지 영어라는 교과만을 가르치는 교사가 아니라, 학생들이 미래사회에 나가 진짜 세상과 만났을 때 적응할 수 있도록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키워주는 역할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교과시간에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학생들이 영어를 실생활에서 접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실천과정에 한계는 있었다. 교사인 나 자신이 학창시절에 창의성 교육, 협력 수업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를 학생들에게 교육시키는데도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실제로 수업활동을 구상하는 데에도 교사인 내가 익숙한 활동만 반복하는 경향이 생겼다. 체인지메이커 교육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보니, 이는 학생들이 미래에 어른이 되었을 때의 진짜 세상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바로 학생들 앞에 있는 현실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며 현실을 변화시키는데 참여하게 하는 교육이다. 학생들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고 이런 변화를 만들기 위해 창의력, 협업능력, 리더십 등을 키워야 하며 이를 키울 수 있는 교육이 바로 ‘체인지메이커 교육’이라는 생각이 든다. 21세기를 준비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이런 교육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질문 02. 학교 안에서, 혹은 인생에서 본인이 직접‘변화를 만들어 본 경험(체인지메이킹 경험)’이 있다면?
1. 2015년 3월에 새 학교로 이동을 하니 학생들의 등교시간은 8:10까지인데 1교시 시작은 9:00이었다. 보통 다른 학교들은 8:20 등교, 8:40 또는 8:50에 1교시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었다. 등교시간이 이르니 지각생도 많고 이를 단속하는 교사들의 업무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이런 시스템이 비효율적이라고 느낀 나는 교무부장님과 교감 선생님께 등교 시간을 늦추던지 1교시 시작 시간을 좀 앞으로 당기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아무래도 머리가 잘 돌아가는 오전에 수업을 많이 하는 것이 학생들이 수업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며, 특히 여름에는 오후에 수업하기가 학생이나 교사가 너무 힘들다는 의견이 받아들여졌다. 2학기부터 1교시 시작 시간이 8:40으로 당겨졌다. 다른 선생님들에게 의견을 물었을 때 다들 불만은 갖고 있었지만, 내가 이야기를 꺼내기 전까지는 아무도 관리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의견을 제시한 사람은 없었다. 학년부장님들조차도. 건의사항이 있으면 뒤에서 투덜거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해서 합리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평소 나의 생각이다.
2. 2015년 한 해 동안 ‘거꾸로교실’ 관련 출강을 30회 가까이 나갔다. 단위 학교나 교육청 직무 연수에서 강사로 활동하였다. 수업 사례와 학생 활동 결과물 등을 보여 주면서 다른 선생님들과 수업이야기를 나누었다. 연수 참가자들 중 몇 분의 선생님들이라도 나의 이야기에 공감하여 ‘거꾸로교실’을 실천하게 된 사례를 보았다. 나의 작은 힘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연수 프로그램의 중요성 및 연수 운영의 중요성 등에 대해서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모든 사람에게는 체인지메이커가 될 잠재력이 있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도록 돕는가 하는 것이다. 체인지메이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방법론이 아닌 마인드 셋의 변화이다. ‘나는 이미 체인지메이커구나’라는 깨달음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 자존감이 향상되고 주변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위의 인터뷰 질문에 대한 답에서처럼 나 또한 ‘나는 체인지메이커구나’라는 깨달음의 순간을 통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하여 여러 가지 도전을 하게 되었으며 실천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학생들이 단지 지식을 머릿속에만 넣고 교실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체험(실천)을 통해 배웠으면 좋겠다. 나아가 참여를 통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학생들에게 부족한 것은 기회가 아니라 행동으로 옮길 용기와 대담성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싶다. 자신이 이미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존재임을 깨닫고 도전했으면 한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관심 분야를 찾고 진로를 개척해 나갔으면 좋겠다.
체인지메이커를 만나고부터 나의 삶이 체인지메이커로 변했다. 다른 사람으로 변한 것이 아니다. 나는 이미 체인지메이커로서 무언가를 하기에 충분한 존재라는 걸 깨닫고 나니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실천하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도전 과정에서 많이 성장하고 성과도 이루었다. 이 책을 쓰는 것도 나의 도전의 여정 중 하나이다. 이 과정을 통해서도 분명 무언가를 깨닫고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긍정의 힘으로 교직을 디자인하라>(2019.2.20.)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