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학교 영어교사입니다]
그렇게 배움의 공동체를 적용하며 많은 고민에 빠져 있던 어느 날, 운명적으로 거꾸로교실과 만났다. 2014년 9월 13-14일, 1박 2일간 거꾸로교실 캠프에 참가했다. 오아시스와도 같은 시간이었다. 얼마나 감동을 받고 좋았으면 조모상 중에 수업용 밴드를 개설했다. 학교로 돌아가자마자 학생들을 밴드에 초대하고, 9월 22일부터 거꾸로교실 수업을 바로 적용했다.
단시간에 학생들의 변화를 보았고, 내 수업에 큰 발전을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거꾸로교실이 패러다임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동영상으로 강의를 비워낸 만큼 다양한 학생활동을 실행할 수 있었던 점이 영어 교과의 특성과도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만약 그 전처럼 나 혼자였다면 쉽게 지치고 포기했을 것이다. 거꾸로교실 특유의 네트워킹을 통해 먼저 시작한 선배 교사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교사 네트워크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게 된 이후, 나 또한 수업 아이디어를 여러 사람들과 나누는 수업 나눔을 실천하게 되었다. 이런 나눔이 늘 열심히만 하는 교사에서 나도 뭔가를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거꾸로교실은 학생들 사이의 소통과 협업을 중시하고 학생 활동 위주라는 점에서 배움의 공동체와 일치하는 면도 많았다. 거꾸로교실 캠프에서 배운 여러 활동이 그동안 침체되어 있던 교실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무엇보다 짧은 시간 안에 학생들의 변화를 목격하자 거꾸로교실 전도사가 되었다. 실제로 2014년 10월부터 거꾸로교실 전국 운영진 활동을 하면서 온・오프라인을 통해 거꾸로교실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거꾸로교실을 시작한 지 한 달 후인 2014년 10월 23일, 대외 공개수업을 하게 되었다. 공개수업을 준비할 때는 부담이었지만, 참관 교사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니 큰 힘을 얻었고 계속해나갈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되었다. 특히 수업을 참관한 동 학년 교사들이, ‘상반 수업인 줄 알 정도로 학생들 모두가 수업에 몰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자신의 시간에는 맥없이 앉아 있는 학생들이 다들 열심히 하고 있어 부럽다’는 의견을 주어 정말 으쓱했다.
학생 설문 결과도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단순하게 좋았다가 아니라, 이 방법이 진짜 효과가 있구나라는 객관적인 자료가 나오기도 했다. 2014년 10월 7일, 3학년 중간고사와 11월 19일, 기말고사가 치러졌다.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영어 성적이 20-30점 이상 오른 아이들이 반에서 최소한 2-3명은 되었다. 이제까지 내가 야단을 치고, 남겨서 따로 공부시키고, 별짓을 다 해도 중간・기말점수가 20-30점에 머물던 학생들이었다. 이들이 60점,70점,80점을 받는 것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교사도 포기한 중하위권 학생들이었다. 2년간 같은 학생들을 가르쳐 오면서 볼 수 없었던 변화였다. 성적이 오른 원인이 뭘까? 너무나도 궁금해서 반마다 20점 이상씩 오른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한 명씩 불러서 인터뷰를 했다. 여러 케이스를 두 가지 부류로 나누어 볼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수업시간 활동만으로도 충분 했어요’유형이었다. 주로 남학생들이 많았다. 이들은 집에서 동영상을 거의 보고 오지 않았다. 2년간 담임을 하며 영어를 지도한 한 남학생의 경우, 2학년 때 영어는 늘 30점대였지만, 수학은 90-100점을 받았다. 영어가 적잖이 싫었던 모양이었다. 그래도 3학년 2학기에 거꾸로교실을 시작하고 나서 10월 중간고사를 치고 나더니, ‘선생님, 저 이번에 한 80점은 나올 것 같아요’라고 했다. 그래서 기대를 했는데 막상 점수를 보니 44점이었다. 나도 학생도 조금은 실망했다. 그렇지만 실망할 일이 아니었다. 한 달 후 11월 기말고사에서 그 학생이 76점을 맞은 것이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그 학생을 불러 물었다. ‘너 최근에 집에 가서 영어공부 따로 했니? 영어 학원 다니기 시작했어? 선생님이 찍어서 올린 영상 본 거야?’아이가 코웃음을 치며, ‘아니 동영상을 왜 봐요?’ ‘그러면 어떻게 성적이 올랐어?’ ‘그냥 수업시간에 활동하면서 익힌 문장들이 시험 칠 때 다 기억이 나던걸요.’오 마이 갓! 바로 이거였구나. 왜 이제까지 이걸 몰랐지라며 무릎을 쳤다. 눈에 불을 켜고 억지로 활동지에 빈칸을 채우게 하고, 단어 시험을 치게 하고, 문장을 외우게 할 때는 마지못해 하던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친구들에게 문장을 해석해주고, 문법을 설명해주고,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문장을 익히다 보니 따로 공부를 하지 않아도 기억이 잘 되었던 것이다. 본인이 원해서 좋아서 스스로 공부한 문장들이라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던 모양이다.
또 다른 유형의 학생도 있었다. 성적이 오른 원인이 뭔지를 물어보니, ‘필요할 때마다 동영상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라고 했다. 자기 자신의 속도에 맞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준 것이 성적향상의 원인이었던 것이다. 사실 조용한 학생들의 경우 모르는 것이 있어도 수업시간에 질문을 하기는 힘들다. ‘질문 있는 사람은 질문하세요’라고 해도 다른 학생들에게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 교사 입장에서도 쉬는 시간 종이라도 치게 되면 교무실로 바삐 가게 되기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없다. 거꾸로교실에서는 ‘디딤영상’이라고 해서 선생님이 가르쳐야 할 내용을 영상으로 찍어서 제공한다. 때문에 학생들이 원할 때마다 그 영상을 되풀이해서 볼 수 있다. 이렇게 되풀이해서 영상을 보며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효과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생각하는 거꾸로교실의 장점은 학생들의 눈에 띄는 변화, 즉 수업 참여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그냥 참여 정도가 아니라 수업을 재미있어 한다는 점이다. 중학교 학생들 성향에 맞는 다양한 활동이 있어서도 그렇겠지만, 학생들은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놀듯이 공부하는 것 자체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디딤영상 학습을 통해 개별화교육, 자기주도학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모둠활동이나 짝 활동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소통과 협력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소집단 협력학습을 강조하는 부분은 배움의 공동체와도 다르지 않다. 이러한 다양한 활동은 수업의 주도권을 교사가 아닌 학생에게 주며 디딤영상을 통해 비워낸 강의 시간을 학생들의 활동으로 채운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21세기에 필요한 역량인 4C(Communication・의사소통, Creativity・창의력, Creative Thinking・비판적 사고력, Collaboration・협업)를 키울 수 있다고 본다.
학생들에게만 소통과 협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교사 상호간의 소통과 협력도 거꾸로교실 성공의 불가결한 요소로서 그만큼 교사 네트워크를 강조한다. 거꾸로교실을 만나고 가장 감사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교사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부분이다. 거꾸로교실을 만나면서 온・오프라인을 통해 많은 분들을 알게 되었다. 나의 사소한 수업이야기가 누군가에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다. 블로그에 수업성찰을 하나하나 남기면서 나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되었고, 다른 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교사로서의 자존감도 많이 향상되었다. 밴드, 블로그 등을 통해 전국에 있는 여러 선생님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바로 거꾸로교실이었기 때문에 나에게 가지는 의미가 정말 크다. 거꾸로교실을 통해 만난 선생님들과는 정말 연애를 하듯 설레는 마음으로 온・오프라인을 통해 만나고 소통했다. 거기에 푹 빠져서 살았기 때문에 내 것으로 소화하고 발전시킬 수 있었다. 진정성 있게 사람들을 대하고 내 수업에 적용하도록 애썼기에 빨리 흡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거꾸로교실을 실천하는 선생님들과의 만남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다. 그 중에 지금도 다른 선생님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영상과 개념이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골든써클Golden Circle’이라는 개념이다. 사이먼 사이넥Simon Sinek이 테드 강연을 통해 알린 개념이며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골든써클은 Why - How - What으로 연결되는 고리이다. 보통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할 때, ‘무엇을, 어떻게’까지만 혹은‘무엇을, 어떻게’부터 생각한다. 예를 들어, 글쓰기를 주제로 강연을 한다고 하자. 글쓰기가 무엇이며 글쓰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만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나 기업들, 이 세상을 이끌어 가는 선구자들은 항상 WHY 부터 생각한다는 것이다. 내가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WHY는 BELIEF 즉 신념이다. 무엇을 할 땐, 그 일이 할 만 한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 우선이다. 어떻게 할지는 나중에 생각할 일이다. 하고자 하는 신념만 있다면 방법은 찾게 된다. 백 퍼센트 공감하는 내용이다. 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방법은 찾아진다. 내가 학생활동 중심 수업을 고집하고 수업 나눔을 하는 것도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믿음이 있기에 실천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어도 참고 끈질기게 해낼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SOLE(Self Organized Learning Environment, 자기구조화학습환경)이라는 개념이다.
뉴캐슬 대학 교육공학 교수인 수가타 미트라 교수는 독자적으로 개발한‘벽 속의 구멍(Hole in the Wall)’실험을 통해 감독과 공식 교육이 없이도 아이들은 호기심만 잘 의지하면 스스로나 서로를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자립된 학습 방식이 교육의 미래를 형성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전 세계적인 클라우드 리소스를 사용하여 어린이들이 스스로 학습하고 서로를 가르칠 수 있는 클라우드 학교를 만들었다. 테드에서 올해의 테드 스피커TED Speaker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그 상금으로 지금까지 16,000개 이상의 SOLE 세션을 진행했다. SOLE 개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유전자를 타고난다는 것이다. 이런 잠재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호기심을 일깨워 주고 적절한 격려를 해주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학습에 몰입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위키백과, ‘수가타 미트라’ 참조>
이 SOLE 개념을 접하고 이제까지 너무 학생들을 통제하려고만 했던 것은 아닌지,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다 쥐고 학생들의 흥미나 동기와는 상관없이 수업을 이끌어 갔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다. 거꾸로교실, 골든써클, SOLE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직접적인 교류는 없었지만 나에게 큰 영감을 주었던 박현숙 선생님 이야기를 다시 하지 않을 수 없다.
<2015.2.9. 블로그 글 중에서>
2014년 그분의 강의를 들으면서 학생들이 영어공부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애만 썼지 정작 큰 그림은 못보고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과서 내용을 충실하게 가르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 생각했고, 그 전까진 학생들이 영어를 왜 잘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 같다. 단순히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데 취직하려면 필요하다 정도? 한 학년 사고 없이 무사히 보내고 중학교 졸업 무사히 시키기에만 급급했던 것 같다. 꿈을 가져야 한다고 끊임없이 얘기는 했던 것 같은데 정작 어떤 꿈을 아이들이 꾸고 있는지 진지하게 이야기 나눌 기회는 없었던 것 같다. ‘꿈을 이루려면 공부 열심히 해야 된다’는 말만 되풀이 한 것 같다.
지금의 나는 ‘단순지식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의 생활력-진짜 세상에 나가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큰 그림을 봐야한다. 학생들이 사고하고 경험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많이 줘야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깨달았으니 그것을 알기 전과는 분명 달라져야 할 텐데, 거꾸로교실 실천 후 많은 가능성을 보았고 학생들의 눈에 띄는 변화도 보았지만 여전히 걱정도 많다. 어느 분의 지적대로 거꾸로교실 이전에도 이미 많은 분들이 빅 아이디어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실천 했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지속되기가 힘들었다. 왜??? 한학기의 성공(?)이 다음 학기로도 이어질까?? 나보다 앞서가는 분들을 보며 나의 속도에 대한 고민도 있다.
결론은? 믿음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고 내 속도에 맞게 천천히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지금의 나보다 앞서가는 것에 의미를 두고 부담 없이 즐겁게 함께 같이!
최근 그 분의 저서 『희망의 학교를 꿈꾸다』를 읽고 울림이 있었던 부분을 정리해 보았다.
* 꿈! 그저 생각만 하면 꿈으로 머무르지만 실천하면 현실이 된다. 그리고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 그것은 일상이 된다.
* 고생하면서 그걸 왜 해? 다른 사람들은 내게 이렇게 묻지만 나는 고생해도 좋다. 내가 행복하고 아이들이 행복하고, 다른 교사들이 행복하니까. 내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하지 않을 테니까, 우둔한 내가 한다. 그러면 손해인 걸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지만 무슨 일이든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값진 경험이 남는다.
* 진정한 변화는 이해와 존중에서 시작된다.
평소 잘하는 건 없어도 그저 열심히는 하는 내 모습과 감히 조금은 닮았다고 말하고 싶은 분. 나만의 우둔함으로 2015년도 학생들을 위해 새로운 수업방법을 고민하고 시도하며 값진 경험을 해나가려고 한다.
-<긍정의 힘으로 교직을 디자인하라>(2019.2.20.)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