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L(프로젝트 기반 학습)과의 만남

[나는 중학교 영어교사입니다]

by 선경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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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현재(2019년)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 발령을 받게 되었다. 2015년부터 PBL 실천학교로 PBL을 현장에 적용하고, 그 효과를 입증하는 책무를 맡은 학교이다. 나 또한 PBL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환경에서 근무를 하게 된 것이다.


프로젝트 기반 학습(Project Based Learning)이란 ‘복합적이며 실제적인 문제와 세심하게 설계된 (학습)결과물 및 과제를 중심으로 구성된 장기간의 탐구 과정을 통해 지식과 기능을 학습하는 체계적인 교수법’을 말한다.(벅 교육협회 정의)



처음에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의 정의를 비롯해 PBL 관련 기본 연수를 들어도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감을 잡지 못했다. PBL이 뭔지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학교에서 받은 연수를 통해, 이런 절차로 진행하면 되겠구나라는 정도의 느낌만 가지고 2016년 6월경 첫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였다. 처음 PBL 수업을 적용할 때는 막막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일단 한 번 시도해 보니 어떤 방향으로 PBL 수업을 이끌어 가야할지 감이 잡히고 점점 새로운 도전들을 하게 되었다.


내가 디자인했던 첫 PBL 수업은 우리 지역 소개하기 프로젝트였다. PBL을 실천해야 된다는 생각에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만한 소재를 늘 찾고 있었다. 우리 지역 소개하기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것은 마침 내 개인적인 상황(테드 초청으로 컨퍼런스 참석)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제시한 문제 상황은 다음과 같다.


최선경 선생님은 2016 TED SUMMITTIE(TED-Ed Innovative Educators) 자격으로 초대받았습니다. 선생님은 이번 모임을 계기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와 우리 학교를 전 세계에 알리고자 합니다.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이 우리 학교 홍보팀을 선발하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랍니다. 궁금한 점은 선생님께 질문하거나 메일을 보내주세요.

테드 측에서 보낸 초대 메일을 읽기 자료로 제시했다. 학생들은 테드가 무엇인지 몰랐지만, 문제 해결과정에서 테드의 목적과 활동 등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 특히 우리 지역을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알린다고 하니 뭔가 사명감 같은 것을 가지고 참여하는 듯했다.


일반적으로 PBL 수업은 다음과 같은 절차로 이루어진다. 보통 4인 1조로 한 모둠이 구성이 된다. 남녀 비율을 2:2로 맞춘다. 이런 모둠활동 구조가 협력을 이끄는데 가장 이상적이라는 이론을 따르고 있다. 문제 상황을 접하고 나면 학생들은 자신의 언어로 문제를 정의하고 그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의견을 나눈다.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역할분담을 하고 자료 조사를 하고 결과물을 만들 준비를 한다. 영어 수업이다 보니 영어로 표현하는데서 학생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다. 모둠 친구의 도움이나 사전, 번역기 등의 도움을 받아서 모든 학생들이 자신이 맡은 분량을 소화하여 모둠 결과물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과제를 제시한다. 문제 파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어느 정도 모아지고 나면 결과물을 만든다. 결과물은 프레젠테이션 자료 만들기, UCC 만들기, 포스터 만들기, 책 만들기, 글쓰기 등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진다. 결과물이 완성되었다고 프로젝트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 이후 사실상 더욱 중요한 과정들이 이어진다. 바로 동료평가와 성찰일지 작성하기 단계이다. 동료평가는 각 모둠에서 나온 결과물을 공유하면서 다른 조의 결과물에 피드백을 주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꼭 평가 점수를 주기 위한 단계만은 아니다. 학생들이 다른 사람의 작품에 의견을 주는 연습을 하고 표현하면서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 학생들의 경우 일정 기준을 제시하지 않으면 어떤 기준으로 평가를 해야 할지 힘들어한다. 때문에 교사가 각 프로젝트에 맞는 동료평가 기준을 제시하고 각자의 의견을 덧붙이도록 한다. ‘테드에 우리 지역 소개하기’ 프로젝트의 경우 활동 결과물을 지역 홍보 영상 만들기로 정하였으므로 평가 기준은 다음과 같다. ‘홍보 영상의 내용은 주제를 잘 표현하는가? 홍보 영상의 내용 전달력이 뛰어난가? 홍보 영상의 내용은 독창적인가? 성실하게 준비하였는가?’


동료평가 이후에는 성찰일지를 작성하게 된다. 이 과정 또한 큰 의미가 있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똑같은 프로젝트를 수행했지만, 프로젝트 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는 다 다를 것이다. 설사 똑같은 경험을 했다고 하더라도 어떤 느낌과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각자 다를 수밖에 없다. 성찰일지에 주어지는 질문들은 주로 다음과 같다. ‘본 과제를 통해 무엇을 배우고 느꼈습니까?(학습 내용 및 과정) 본 과제 해결을 통해 배운 점을 나의 삶이나 학교에서 적용한다면? 본 과제 해결안에 대한 대안이나 더 나은 방향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본 과제 해결 과정에서 나는 모둠을 위해 무엇을 열심히 하였습니까? 과제 해결을 위한 모둠 활동 과정에서 느낀 점을 자유롭게 적어 봅시다.’ 프로젝트 주제나 프로젝트 과정을 통해 학생들에게 길러주고 싶은 역량에 따라 성찰일지 질문은 달라질 수 있다.


‘테드에 우리 지역 소개하기’PBL도 위와 같은 절차로 이루어졌다. 프로젝트 시작 전에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첫 프로젝트 진행과정과 결과물은 처음 시도치고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프로젝트가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학생들에게 우리 지역 소개하기라는 실질적으로 와 닿을 수 있는 소재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또한 영어 선생님이 테드 컨퍼런스에 참석한다는 상황에 잘 어울리는 결과물을 선정해서였던 것 같다.


PBL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노력은 30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PBL 관련 여러 가지 이론들 중에서 BIE에서 내세우는 가장 이상적인 PBL을 GSPBL(Gold Standard Project Based Learning)이라고 부른다. GSPBL 이론 중 가장 나의 관심을 끈 것은 ‘공개할 결과물’과 ‘실제성’의 개념이었다. 프로젝트의 주제가 학생들에게 잘 와 닿고 현실성이 있을수록 그 과정에 더 집중한다. 또한 프로젝트 결과물이 공개된다고 가정했을 때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몰입도가 훨씬 높아진다는 개념이다.

학습 결과물은 반드시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교실 밖 실제 청중이나 독자를 염두에 두기 때문에 학습 결과물이 공공성을 띠게 되며 결과물은 프레젠테이션, 출판물, 온라인 게시물, 연극 전시회 등 다양한 형태를 지닌다.


사람들은 자신이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여기는 일을 할 때, 다양한 역량이 필요한 일을 할 때, 시작부터 완성까지 통제할 수 있는 일을 할 때 일에 더 헌신적으로 몰입하게 된다.

- 존 라머 저(2017),『프로젝트수업 어떻게 할 것인가』, 26쪽, 56쪽


PBL 수업 디자인 시, 공개할 결과물을 염두에 두고 진행해 보니 확실히 학생들이 주어진 과제에 더 몰입하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 ‘테드에 우리 지역 소개하기’ 프로젝트의 경우도 UCC를 만들어 교실에서 학생들끼리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끝냈다면, 과연 학생들이 그만큼 열심히 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열심히 한 조가 많았다. 인터넷에서 자료 조사를 하고 온라인상의 사진이나 영상을 그대로 활용해도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둠원들과 약속 시간을 정하여 직접 현장으로 가서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편집하고 동영상에 자막을 넣고 내레이션을 넣는 등 어른도 하기 귀찮을 수 있는 작업들을 멋지게 해냈다. 이렇게 몰입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는 결과물을 공개한다는 기대감에서였을 것이다. 한 가지 더 들자면 프로젝트 상황이 실제적이었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완성하는 과업과 사용하는 도구를‘실생활’과 똑같이 만듦으로써 프로젝트를 실제적으로 만들 수 있다. 프로젝트는 세상에 실제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실제적인 영향을 주는 프로젝트들이 특히 학생들의 동기를 강하게 유발시킨다고 한다. 프로젝트는 개인적인 실제성을 가질 수 있다. 즉 학생의 개인적인 관심사와 흥미, 인생 문제를 다룰 때 학생들이 주어진 과업에 더욱 몰입할 수 있다.

- 존 라머 저(2017),『프로젝트수업 어떻게 할 것인가』, 50쪽


‘테드에 우리 지역 소개하기’프로젝트의 경우, 학생들이 살고 있는 지역 소개라는 친근한 소재로 학생들이 문제해결과정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또한 학생 자신의 거주 도시를 전 세계인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라는 또 하나의 상황이 주어진 과업에 나름대로 큰 의미를 부여했던 것 같다. 이러한 조건들로 인해 학생들의 동기유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모든 학생들이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로 친구들과 협업하여 결과물을 완성한 것은 아니다. 어떤 조는 4명 중 한 두 명이 모둠활동을 이끌어 가기도 했고, 기한 내에 완성이 안 된 조도 있었으며, 그저 사진만 이어 붙이는 정도로 성의 없이 작성한 조도 있었다. 모둠별로 영상을 완성한 후, 이를 원어민 교사 시간에 함께 시청하면서 다른 조의 작품에 피드백을 주는 과정이 있었다. 영상 시청 전, 모둠별로 영상 제작 의도와 제작 과정에서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공개하게 했다. 훌륭한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도 중요하다. 하지만 발표 과정을 통해 우리 조에서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눈과 다른 조의 발표를 듣고 어떤 점이 좋았고 아쉬웠는지를 기준에 맞게 판단할 수 있는 눈을 기르는 것이 PBL 수업의 핵심이라고 본다. 결과물을 완성하지 못한 조는 많이 아쉬웠을 것이다. 결과물을 성의 없이 만든 조는 다른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이 많이 부끄러웠을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다음부터는 좀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라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발표가 끝난 후 수정 보완할 시간을 추가로 주었다. 완성된 작품은 유튜브에 업로드 하고, 테드 페이스북 그룹에도 공유를 하였다. 외국인들이 영상을 보고 훌륭하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학생들에게 외국인이 달아준 댓글을 보여주자 정말 신기해하면서도 뿌듯해하였다. 영상을 만들어서 학생들끼리만 공유하고 말았다면 느끼지 못했을 뿌듯함을 유튜브를 통해 학교 밖 다수와 공유함으로써 맛볼 수 있었다. 결과물을 기한 안에 받아서 점수만 매기고 끝나는 것이 프로젝트 기반 학습의 목적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과 문제해결과정을 공유하고, 상호간 피드백을 바탕으로 수정・보완한다. 그리고 스스로의 성찰을 통해 결과물을 수정하거나 내가 한 경험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야말로 최선을 다해 결과물을 만드는 그 과정만큼 의미가 있다고 본다.


GSPBL에서는 프로젝트 설계에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제시하는 사항들이 있다. 핵심지식과 이해(이해가 있는 배움), 핵심 성공역량(비판적 사고력/문제해결력, 협업능력, 자기관리능력), 어려운 문제 또는 질문, 지속적인 탐구, 실제성, 학생의 의사와 선택권, 성찰, 비평과 개선, 공개할 결과물 등이다. 이런 개념들을 단순히 책으로만 접하고 말았다면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은 물론, 소화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2016년 처음으로 PBL을 시도해본 이후, 매해 2회 이상씩 프로젝트 수업을 실천하면서 위의 9가지를 늘 염두에 두고 수업을 디자인하려고 한다. 이제는 GSPBL에서 왜 그런 개념들을 프로젝트 수업 설계 시 강조를 하는지 잘 이해가 된다. 직접 실천을 해보고 느꼈기 때문이다. 9가지 개념 전부 다 수업 안에 녹아들도록 할 필요는 없다. 실제성과 공개할 결과물만 잘 염두에 두고 프로젝트를 설계하더라도 학생들이 몰입하고 그 과정에서 성장하는 것을 관찰했다.


내가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길러주고 싶은 역량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을 길러주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키워주고자 하는 역랑이 PBL의 교육철학과 일치한다는 점과 어떻게 수업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나 스스로 PBL에 빠져들게 하고, 계속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 같다.


-<긍정의 힘으로 교직을 디자인하라>(2019.2.20.) 중에서


*프로젝트 수업 사례는 <학생 주도성을 돕는 프로젝트 수업>에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3528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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