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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눈부신 캘리포니아에 와 있어

샌프란시스코 나홀로 워킹투어 1


Have a nice trip!


호스텔에서 같은 방을 쓰는 사람은 수줍어하는 조용한 멕시코 친구 2명, 인상파 폴란드 아줌마 그리고 나까지 4명이다. 나만 빼고 모두 미국여행을 해 본 적이 있는 듯 했다. 여행일정이 달라서 같이 다니지는 않았지만 아침 시간에 마주치면 전날 여행이 어땠는지, 오늘 여행은 어디를 갈 건지 이야기꽃을 피웠다. 짧은 수다의 끝은 늘 " Have a nice Trip!" 이다. 그래, 우리 모두 오늘도 nice trip 하자!


여행 둘쨋날, 나홀로 워킹투어

흐렸던 어제와 달리 하늘이 맑고 화창하다. 하지만 바람은 여전히 불고 차다. 사람들 옷차림을 보니 긴바지와 긴팔도 많이 보인다. 종 잡을 수 없는 샌프란시스코 날씨다. 하긴 어느 블로그에서 8월 중순에 얇은 패딩점퍼를 입은 모습도 봤으니 이곳 날씨는 정말 알 수가 없다. 나도 유일한 긴 바지, 청바지를 꺼내 입고 봄에나 입는 니트티에 빨간집업후드까지 챙겨 나왔다. 그래도 흐린 구름보다 파란 하늘과 햇살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마음까지 가벼워진다. 오늘부터 진짜 여행을 시작하는 느낌이다.

언덕을 오르는 일은 쉽지 않았다. 등산하는 이 기분. 비탈길에 미끄러지지 않고 촘촘히 주차 되어있는 차들이 신기해보일 정도다. 여기 지형은 어떻게 형성이 된걸까? 땅이 한껏 춤을 췄는지 길들이 오르락내리락 거린다. 저 언덕이 끝일 것 같은데 올라가면 또 하나가 보인다. 이마에 송글송글 맺힐 정도로 힘들게 올라온  것을 잊게 하는 것은 저 캘리포니아라고 써 있는 사인 표지판. 눈부신 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빛에 반사되어 보이는 Callifonia라는 글씨가 내 마음을 마구 설레게한다. 이제야 내가 여행자 모드로 전환되고 있는 느낌이다.
여기가 캘리포니아고 내가 샌프란시스코에 있다는게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나 눈부신 캘리포니아에 와 있어!



앞만 보고 걷다가 잠시 뒤돌아본다. 내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는 것. 여행하면서 나는 종종 내가 걸어왔던 길을 뒤돌아봤다. 걸을 때 그냥 스쳐지났던 건물과 도로, 자동차들은 한데 어우러져 도시의 한 풍경을 담당하고 있었다. 잘 정비된 도시의 모습이였다. 멀리 도로 끝에 언뜻보이는 바다, 얼른 가보고 싶은 멋진 다리, 건축미가 빼어나 높은 고층빌딩. 도시의 모습이 지루하지가 않다. 카메라로 나를 담기보다 도시의 모습을 멋지게 담고 싶은 마음이 올라온다.

내가 살아 온 시간 속에서 만났던 사람들, 했던 일들, 즐겁고 슬펐고 화가났던 그 수많은 사연들도 내 인생의 한 풍경을 담당하고 있겠지. 그 시간들을 견딘내 삶도 지루하지는 않았어.

걷다가 작은 공원을 만났다. 러시안힐 제법 높은 곳에 와있는 것 같았다. 주말아침이라 조깅하는 사람들이 보이고  현지인 같은데 마치 여행자처럼 자신의 도시를 카메라로 담고 있는 사람도 보였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또 다가간다.


저도 찍어주세요!
그럼 모두 물론이야! 여기도 서보고  저기도 서봐. 와.. 너 정말 잘 웃는구나!
역시 칭찬과 리액션이 좋은 미쿡사람..
샌프란시스코가 아름답잖아요.

기대하지 않았는데 찍어준 사진을 보니 내 마음에도 들었다. 잠시 땀을 식히며 도시를 바라보고 있는 의자에 앉아 천천히 도시를 내려다봤다. 시원한 아메리카노가 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며 쉬어본다. 여기 러시안힐은 아주 오래 전 러시아사람들이 모여 살아서 붙여진 동네이름이다. 동네를 둘러보니 높은 곳에 있는 집일수록 더 예쁘고 비싸보였다. 여기 부자 동네예요 라고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그런 집들.

수국이 예쁜 지그재그 롬바르트


여기서 조금만 가면 내가 사진으로 봤던 롬바르트거리다. 자동차들일 줄지어 지그재그 좁은 도로를 아슬아슬 내려오는 모습, 예쁜 수국이 활짝 핀 이곳이 아름다운 롬바르트 거리다. 아래서 올려다보는 롬바르도거리는 수북한 수국으로 그 도로 모습은 잘 보이지 않고 자동차들이 천천히 조심조심 내려오는 모습만 보인다. 많은 관광객이 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어서 자동차에 사람에 도로가 혼잡했다. 나도 그 혼잡한 틈에 여기저기서 사진셔터를 누르고 셀카도 찍어보고 찍어주라고 부탁도 해본다.


언덕 끝까지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 보니 시원하게 쭉뻗은 도로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 끝에는 베이브리지가 한 눈에 보였다.

정말 아기자기하게 예쁜 도시구나, 너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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