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유학 - 사교육비는 줄고, 더 다채롭게 배운다

by 시간부자

아이들이 다니는 농촌유학 초등학교의 전교생은 23명이다. 그래서 학교 변에 학원이 없다. 차로 10분 거리인 옆 동네에는 피아노, 영어 등의 학원이 몇 개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굳이 를 타고 학원에 다닐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학교 방과 후 수업에서 다양한 활동을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에 있을 때도 아이들을 학습 학원에는 보내지 않았다. 장기 이들에게는 꾸준한 신체활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매일 줄넘기 학원에 보냈고, 아이들이 우고 싶어 한 스쿼시 레슨을 았다. 그 외에 첫째는 바이올린과 우쿨렐레를 학교 방과 후 수업서 배웠고, 둘째는 피아노 학원에 다녔다. 아이들은 "농촌유학에 가면 다니던 학원을 그만둬야 해서 아쉽다"라고 말할 정도로 자기들이 좋아하는 것만 배웠다. 이렇게 아이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것만 르쳐도 둘이 합쳐 한 달에 100만 원 가량 들었으니 비용 부담이 꽤 되었다.


아이들은 도시에서 배우던 동 대부분을 농촌유학에 와서도 방과 후 수업으로 이어가고 있다. 교장 선생님께서 교육 목표 1번으로 "체"를 꼽을 정도로 체력과 건강을 중요시하는 분이라서 (이 학교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 방과 후 수업에 매일 한 가지씩 체육 활동이 포함되어 있다.

월요일은 생활체육, 화요일은 배드민턴, 목요일은 방송댄스 또는 축구(택 1), 금요일은 음악줄넘기를 한다. 둘째 딸은 여기 와서 축구를 처음 배웠는데 축구가 너무 재미있다고 한다. 학교가 끝난 평일 오후와 주말에 축구공을 가지고 학교 운동장에 가서 열심히 연습을 하고 엄마에게 향상된 기량을 뽐내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다.

방과 후 수업은 체육 활동 외에도 구성이 다양하다. 월요일 피아노, 화요일은 레고, 수요일은 미술 공예와 한자, 금요일은 컴퓨터 배운다. 그리고 영어 교육에 부족함이 없도록 신경을 쓰시는 교장 선생님의 노력으로 주 3회 화상영어 수업 진행되고, 모든 학년이 주 1회 원어민 영어 수업을 받는다. 또 방과 후 수업 사이사이에 있는 돌봄 시간에는 교장 선생님께서 어렵게 예산을 따낸 덕분에 홈런 온라인 학습 기기(패드)로 학습하는 시간도 있다.


이 모든 방과 후 수업은 전부 무료로 진행된다. 어떤 수업을 들을지 말지 선택할 필요 없이, 전교생이 각 학년별로 모두 함께 동일한 수업을 받는다. 덕분에 한 달에 100만 원 가량 들던 사교육비 부담을 덜게 되었다.


그리고 요일별로 하교 시간에 맞춰 어떤 수업/학원에 가야 할지 엄마가 시간표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어 좋다. 학년 별로 그날 받을 수업이 학기 초에 이미 정해져서 나오고, 아이들은 매일 똑같은 시간(오후 4시 반)까지 학교에서 활동을 하고 오니, 하교 후 일과가 심플하다. 엄마가 아이들의 요일별 일과를 챙고, 아이들에게 숙지시킬 필요가 없다.


5학년, 3학년쯤 되면 아이들이 벌써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거부감이 약간 생겨서, 그동안 배우지 않았던 것들을 새롭게 가르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데 학교에서 다른 친구들도 예외 없이 다 같이 배우니까 아이들도 싫다는 생각을 안 하고 거부감 없이 새로운 배움을 시작할 수 있어서 좋다.


이렇게 학교의 방과 후 수업만으로도 충분히 알찬데, 학교 밖 수업도 다양하다.


바이올린 수업

외부 선생님이 주 1회 마을 복지회관에 찾아와서 바이올린 수업을 해주신다. 2년간 바이올린을 배웠던 첫째는 배움을 이어갈 수 있어서 좋고, 바이올린에 관심이 없던 둘째는 언니들을 따라서 배우기 시작해서 좋다. 이 수업은 전교생의 절반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바이올린 수업이 끝나면 집돌이 첫째는 바로 집으로 오는데, 활동적인 둘째는 언니 동생들과 복지회관 마당에서 한참 뛰어놀다가 저녁 먹을 때가 되어 모두 흩어져야 겨우 집에 온다. 덕분에 바이올린 수업 날에는 둘째가 항상 꿀잠을 자고 있다.

토요일 힐링팜 체험 수업

토요일 오전에 두 시간씩 힐링팜 체험 수업이 있다. 지난 첫 수업에서는 아이들에게 앞치마가 하나씩 배부되었고, 각자 자신의 앞치마 글과 그림으로 꾸미고, 갓 딴 허브와 싱싱한 과일로 카나페를 만들기 수업을 했다. 앞으로 다양한 식물과 과일에 대해서 배우고, 직접 심기도 하고, 나중에 수확도 하고, 매주 요리도 해보는 두 시간의 알찬 수업이 24주간 진행되는데, 수업료는 전액 무료다. 심지어 재료비도 내지 않는다.


사실 도시에서부터 <초등학생에게 학습을 위한 사교육이 필요한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초등학교 때 학습 학원에 다니지 않았는데(문제집도 따로 풀지 않았다), 중학교 진학 이후 수업을 따라가고 시험에서 점수를 받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중학교에서 배울 내용은 중학교 때 배우면 되고, 고등학교에서 배울 내용은 고등학교 때 배우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부를 잘하고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미리 선행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더 큰 의문은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를 열심히 잘하는 것이 행복한 삶으로 연결되는가>이다. 공부를 잘해도 행복할 수 있고 못해도 행복할 수 있다. 공부를 잘해도 불행할 수 있고 못해도 불행할 수 있다. 살면서 주변의 사례들을 다양하게 수집하고 분석해 봤는데 <공부 잘하는 것과 행복은 별다른 관계가 없다>는 생각이 갈수록 확고해졌다.


한동안은 <그래도 공부가 제일 안정적인 길>이기는 했다. 그러나 기술이 급변하고 종 잡을 수 없는 시대, 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수습 자리를 구하지 못해 거리에 나와 집회를 여는 시대, 불과 몇 년 전에 고연봉으로 각광받던 IT 개발자들이 대량 해고를 당하는 지금 같은 시대에 과연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 잘 보는 것이 가장 안정적인 길'이 맞는지 모르겠. 나도 잘 모르겠고 확신할 수 없는 길을 아이들에게 주입하며, 초등학생의 교과 학습에 돈, 시간,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았다.


초등 학습(정확히는 선행)에 대해 의문이 있었던 반면, <어릴 때 마음껏 즐겁게 뛰어놀았던 경험이 아이들에게 평생 마음의 자산으로 남을 것>이라는 주장에는 흔들림 없이 동의할 수 있었다. 그래서 농촌유학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곳에 온 이후로는 아직까지 흔들릴 일이 없다. 아이들이 귀해서 환대받는 환경에서, 즐겁게 다양하게 배우고, 친구들과 더 자주 교류하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많서 좋다.


이 둘은 매번 땅을 파며 논다. 수로를 만들고 싶어 하는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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