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아침 달리기를 했다.
9월 1일에 달리기 연습을 시작한 이후로 매주 2~3번씩 꼬박꼬박 달리기 연습을 해오고 있다는 것이 요즘 가장 뿌듯한 일인데, 처음으로 일주일 이상 연습을 쉬었다.
아팠고(방광염), 달리고 싶은 기분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 이유를 나는 정확히 알고 있다.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해야 할 일은 지난 3년간 변론해온 형사사건의 최후변론 ppt를 만드는 일이었다.
변론할 때 ppt까지 동원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ppt는 의뢰인이 나에게 요구한 것도 아니고,
판사님이 시킨 것은 더더욱 아니고,
내가 자진해서 하겠다고 자청한 일이다.
의뢰인의 무죄를 확신하고 있는데, 워낙 기록이 방대해서 주요 증거가 도드라지지 않고 있으니, 일반 서면이 아닌 시각적인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ppt를 해야 나중에 후회가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스스로 자청해놓고, 그 일을 미룬다.
미루면서 속으로 끙끙댄다.
그러느라 몸까지 아팠다.
미루는 동안 좋은 루틴(달리기, 새벽 기상)도 깨진다.
아직은 이게 나다.
예전부터 미루기 습관을 고치고 싶었다.
그래서 첫째 태교도 '할 일을 미루지 않는다'로 삼았다. (그래서 그런지 첫째 성격이 참 급하다..)
많이 고쳤다고 생각했는데, 잘하고 싶고 손이 많이 가야 하는 일일수록 오히려 더 미루게 된다. 그렇게 미루면서도 잘하고 싶어서 내내 끙끙댄다. 끙끙대느라 다른 신나는 일도 제대로 못한다. 이런 내 성격상, 할 일을 미루면 시간의 질이 현격히 낮아진다.
그래도 업무 기한이 있기 때문에 ppt는 결국 완성했고,
간결하게 만들자고 마음먹었음에도 60장이 나왔다.
오래 걸리긴 했지만 끙끙대던 시간보다는 짧았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달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 오랜만에 새벽 달리기를 하러 나섰던 것이다. 다행히 일주일을 쉬었다고 해서 몸이 완전히 리셋되는 것은 아니라 예전처럼 수월하게 달렸다.
이놈의 미루는 습관, 내가 고치고 만다.
그래서 (글쓰기를 안미루려고) 이밤에 이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