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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부자 Nov 25. 2022

꾸준히 운동하기

일상 만족 (2) 운동

지난주말 달리기 연습 애플리케이션 런데이 초보자 과정(30분 달리기 도전)의 마지막 훈련(무려 24회차)을 완료했다. 5km 대회에 참가하기로 마음먹고 올해 9월 1일에 첫 훈련을 시작했고, 딱 10번의 훈련을 마친 후 5km 대회에 참가했었고, 대회 이후에도 남은 훈련을 꾸준히 계속해서 드디어 24회차 마지막 훈련까지 마무리지은 것이다.



첫번째 훈련은 달리는 시간이 고작 1분이었다. 1분 달리고 2분 걷기를 4회 반복하는 아주 가벼운 훈련으로 시작해서, 24회차 마지막 훈련은 30분을 계속해서 달리는 것으로 끝났다. 내가 30분을 계속해서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되다니 감개무량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기쁜 것은 24회나 되는 훈련 과정을 끝까지 마무리한 이다.


운동에 있어서 나는 천하 없이 게으르고 의지가 박약한 사람이었다. 내가 '운동해야지'라고 처음 마음먹었던 것이 언제인지 기억을 더듬어보니, 고3 올라가는 겨울방학 때 학교 친구들이랑 동네 근린공원에 모여서 줄넘기를 했던 것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은 아주 기특하지만(아마도 그 때 운동량이 너무 없어서 생존본능에서 비롯된 위기감이 동기였던 것 같다), 줄넘기 모임은 몇 번 이어지지 못했고, 아마도 날씨 탓으로 한두번 중단되었다가 영영 재개되지 못했다.


내 두 번째 운동은 수영 강습이었다.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였고, 집 바로 근처 청소년수련관에 수영장이 있었다. 어릴 때 수영을 배우지 못한 것이 아쉬웠고(스무살 여름에 처음 바다를 가보고 그런 아쉬움이 들었던 것 같다) 과외로 돈을 벌고 있어서 내 돈으로 강습비를 지불할 여력이 되어 도전했었다. 생각보다 수영은 너무 힘들고 어려웠지만(물을 무서워해서 긴장하니까 잘 안되었다) 첫 달은 빠지지 않고 매일 열심히 다녔고, 꼴찌그룹 중에서는 나름 선두주자였다. 그래서 두번째 달(3월)도 호기롭게 등록비를 냈는데, 개강을 하니 조금씩 강습을 빠지는 날이 생겼고, 그러다보니 꼴찌그룹 중에서도 꼴찌가 되어(꼴찌 of 꼴찌) 점점 가기 싫어져서 결국 중반 이후에는 전혀 가지 않고 돈만 날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여유롭기 짝이 없는 한가한 대학생(고작 2학년)이 뭐 바쁘다고 수영장을 안갔을까 싶다. 어릴 때의 나는 '좋아하는 것(즐기고 싶은 것)을 꾸준히 하는 의지'가 많이 부족했었다.


그 이후로 내 운동 역사는 '돈은 내고 수업에 가지 않아 학원 좋은 일만 시키는 의지박약'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과다한 업무로 생존의 위기를 느껴 운동이 절박했던 시기에는 정말 여가시간이 거의 없었고 업무일정을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가 없어 운동할 여력이 전혀 없던(쉬는 시간이 생기면 그저 자고 싶을 정도로 수면이 부족한) 시기로 이어졌다.


그렇게 운동 암흑기를 지나, 개업을 하며 일정을 스스로 조율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시간과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서 다시 이런저런 운동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 장점 중 하나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통찰하려 한다는 점인데, 의지박약의 운동역사를 통해 나는 자신과의 약속은 아주 쉽게 저버리지만, 타인과의 약속은 철석같이 잘 지키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기에, 초기 비용이 더 들더라도 그룹 수업을 아닌 1:1 강습을 등록했고, 그러면서 비로소 운동을 꾸준히 하기 시작했다. 1:1이 비싼 것 같아도, 그룹 수업을 등록해놓고 나가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1:1 강습보다 더 비싼 수업료가 된다는 것을 수차례의 경험으로 알게 된 이후였다. 그렇게 1:1로 테니스, 필라테스, 골프를 었다.


그러다가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향도 조금 있지만) 돈과 주변 환경에 영향을 덜 받언제 어디서든 가능한 운동을 몸에 익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1:1 강습은 돈이 제법 들고, 시설과 강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올해 들어 '일하는 시간을 줄여 조금 덜 벌고 일하지 않는 여유 시간을 더 늘리자'고 마음먹었고, 나중에는 시골에 가서 아예 다른 일을 하며 소소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도 갖게 되었다. 그러려면 시간과 장소, 설비, 비용에 제약이 적은 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달리기를 시작하게 되었고, 생각보다 달리는 시간이 즐겁고 운동 효과도 좋아서 24회차 훈련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은 이유로 비용이 비싸고 강사와 설비가 필수인 필라테스 수업은 그만두려 했으나, 평소 쓰지 않는 근육을 구석구석 적절한 강도로 단련시키는 효과는 필라테스가 최고여서 고민 끝에 변호사 일을 계속하는 동안은 수업을 유지하기로 했다. 그리고 시작한 이후 내내 마음의 짐이었던 골프 연습은 중단했고(비용, 장소, 설비의 제약이 정말 심하고, 운동효과도 의문이었다), 아파트 지하라 접근성이 좋고 가성비도 최고인(주 2회, 월 3만원) 댄스수업을 등록해서 즐겁게 열심히 다니고 있다.


이로써 나는 주 1회 이상 달리기를 하고, 주 1회 필라테스, 주 2회 댄스수업을 다니는 겨울을 보내게 될 것이다.  글을 쓰면서 깨달았는데, 나는 타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운동하던 시기를 지나, 스스로의 의지로 운동하는 인간으로 성장했다.


공원에서 달리기를 할 때마다 감사하는 세 가지가 있다.

1. 달리기가 가능할 정도로 신체상태가 양호해서 감사하다.

2. 집 바로 옆에 편히 달릴 수 있는 공원이 있어 감사하다.

3. 엄마가 한시간쯤 집에 없어도 애들이 울고불고 난리치지 않을 만큼 성장해서 감사하다.


게으른 데다가 꾸준함의 힘을 몰랐던 20대 초반을 지나고, 너무 바빠서 운동할 여유가 없었던 20대 후반~30대 초반 지나와, 30대 후반이 되어 비로소 시간 여유도 좀 생기고 꾸준함에 대한 의지도 있는 조화로운 시기가 찾아왔다.

다가올 겨울과 앞으로도 꾸준한 운동을 이어갈 수 있는 여유와 의지가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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