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한 입, 달콤 쌉쌀한 한 줄의 문장
지난해를 보내온 게 기적처럼 느껴지는데 벌써 3월이다. 나는 제자리에 있는데 시간은 제멋대로 혼자 가버린 것 같다. 책방은 그동안 소심한 얼굴로 시간을 견디고 있었다. 어쩌면 답답하게 견디는 시간이 어서 지나가길 재촉하며 지냈을지도 모른다.
겨울에는 지원금을 받아서 책방 쿠션을 바꿨다. 이곳저곳 손대고 싶은 곳이 계속 눈에 띄지만 못 본 척하고 쿠션만 바꿨다. 겨울용 쿠션이라서 이제 슬슬 상큼한 느낌으로 바꾸어야 하는데, 쿠션 하나 바꾸는 일인데도 고민의 시간이 줄어들지 않는다. 매출이 늘어나면 책방의 모습을 휙휙 바꿀 수 있을까. 아마 그런 상황이 오면 또 다른 고민으로 시간에 쫓기겠지 하고 위안한다.
그 와중에도 "가브리엘라 핫 초콜릿"이라는 신제품을 출시했다. 계피, 정향, 카다몸, 홍차가 블렌딩 된 초콜릿 음료인데 이국적인 향이 정말 매력적이다. 초콜릿 음료를 먼저 만들어놓고 독서모임 회원들에게 맛에 대한 의견을 달라고 했더니 이름까지 지어주었다. 다양한 이름이 나왔는데, 회원 한 분이 브라질 작가인 조르지 아마두의 작품인 <가브리엘라 정향과 계피>라는 소설이 떠오른다고 말하자 독서모임 멤버들답게 모두들 "가브리엘라 핫 초콜릿"으로 하자고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손님이 많지 않으니 신상 핫 초콜릿도 잘 나가지는 않지만, 이름을 보고 있으면 마음은 넉넉해진다.
판매용 서가는 이제 거의 꽉 차게 되었다. 팔리는 것보다 사들이는 게 더 많아서 그렇긴 하지만 서가만 보고 있으면 책방이 번창하는 중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새로운 책이 늘어가고 있다. 그리고 마을예술창작소 지원금 덕분에 열람용 서가도 빈틈이 없어졌다. 혼자 조용히 와서 매일 조금씩 열람용 서가의 책을 읽고 가는 손님을 볼 때나, 오자마자 열람용 서가의 그림책을 여러 권 꺼내놓고 정신없이 읽기 시작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책방의 얼굴이 금방 환하게 빛나는 것 같다.
책방이 자꾸만 소심해지고 어두워지려고 할 때마다 책방 벽에 붙여놓은 "가브리엘라 핫 초콜릿" 포스터를 보고, 열람용 서가를 정돈한다. 책방과 함께 하는 사람이 한 명씩 늘어날 때마다 한 사람의 빛만큼 책방을 채워줘서 조금씩 더 빛나게 만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 빛의 밝기가 아주 천천히 커진다고 해도 어둠을 밝힌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