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책방 이야기
- 어르신들과 함께 하는 여름

초콜릿 한 입, 달콤 쌉쌀한 한 줄의 문장

by 초콜릿책방지기

7월은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마다 책방이 북적인다. 어르신들이 그림책 만들기 수업을 들으러 오시는데, 낯가림 시간이 지나고 나니 매 순간 활기차고 생기가 돈다. 부끄러워하시면서도 몰두해서 그림을 그리고 칭찬을 받으면 모두 아이처럼 기뻐하고 다시 수줍어한다. 서로 그림을 칭찬해주며 쑥스러워하다가도 어딘가 자랑스러워하는 표정들이 얼굴에 스쳐간다. 수업이 끝나고 각자의 작품을 들고 사진을 찍을 때면 다들 어깨를 쭉 펴고 당당하게 그림들을 내민다.


처음 수업에 관한 기획을 구청에서 제안받았을 때는 이런 분위기를 예상하지 못했다. 솔직하게 말하면, 수업에 진지하게 임하기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데 더 열중하시지 않을까, 혹은 이런저런 불평을 늘어놓으시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간혹 책방에 오신 어르신들 중에서 원하지 않는 충고를 하시거나 엉뚱한 요구를 하신 적이 있어서 그런 선입견이 생겼던 것 같다.


의외로 어르신들이 정말 진지하게 수업에 임하고 열심히 하셔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두 시간 동안 진행하는 수업 내내 정말 집중을 잘하시고 허리가 아프실 텐데 한 번도 일어나지 않으신다는 것이 놀라웠다. 지켜보고 있으면 나에게 다가올 미래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저분들과 같은 열정이 나에게도 남아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고, 끝없이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인간의 모습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는, 맥락은 없지만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들이 생겨 나기도 한다.


총 4회로 진행하는 수업을 이제 한 번 남겨두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한 회당 두 시간씩이니까 그동안 고작 총 여섯 시간 본 사이인데 그사이 어르신들 사이에서도 우정이 생겨났고-마지막 시간에 '삐루' 한 잔씩 마시러 가자고 하시고- 나도 한 분 한 분께 애정이 생기게 되었다. 무뚝뚝하신 분, 다정하신 분, 엉뚱한 선물을 주시는 분, 수줍게 친밀감을 표현하시는 분 등 각자 개성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지만 이렇게 책방이라는 한 공간에 앉아서 같이 그림을 그리니까 특별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조금은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이 일은 오히려 책방과 나를 더 활기차게 만들어주고 힘을 불어넣어 준다. 아마 이 기획을 번거롭게만 생각했다면 이런 활기찬 여름 풍경을 기대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 이런 행사가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일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림책 수업 작가님과 마음이 잘 맞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남는 건은 사람인가, 하고 생각하게 되는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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