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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책방지기 Mar 25. 2023

<미친 장난감>

밑바닥 인생에게 책이란.

   책의 시작은 세 명의 도둑과 함께 한다. 법에 어긋나는 짓을 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어린 도둑들, 그런데 훔치러 가는 곳이 도서관이다. 그곳에서 책을 보면서 “이봐! 이 시 너무 아름답지 않아? 이 책은 우리 집에 갖다놓을께.”(59) 하고 말하는 어이없는 도둑들이다. 


   주인공 실비오는 도적문학을 좋아한다. 현실이 워낙 척박해서, 도둑질을 하지 않는 이상 현실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도적문학이 아닐까. 실비오의 현실도 그와 같아서 도적문학이 좋을 수밖에 없다. 실비오는 도적문학에서처럼 의적을 꿈꾸는 것도 아니다. 순전히 자신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면서 불안감에 차있지만 죄책감을 느끼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사회 전체가 그다지 정의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의롭지 못한 사회, 희망을 갖기 힘든 사회, 현실이 상상보다 더 힘든 사회에서 의지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범죄가 아니면 상상력의 힘이다. 그 두 가지가 모두 들어있는 것이 도적문학이 아닌가. 둘 다 제대로 된 해결책은 아니지만 해결이 요원한 현실에서 어쩔 수 없이 찾는 방법이라면 우리는 이해할 수 있다. 그렇게라도 살아야 하니 말이다. 그러나 의적이 아닌 이상, 주인공의 마음은 괴로울 수밖에 없다. 범죄에 몸담고 살고 싶지 않은 마음, 보다 나은 삶을 꿈꾸는 마음은 책을 읽는 사람의 마음속에 항상 자리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절름발이의 범죄 계획에 동참하지 않고 실토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실비오를 보는 사회의 눈은 더 엄격하기만 하다. 의리를 지키지 않는다는 다른 잣대를 갖다 대면서 실비오를 재단한다. 도대체 어떻게 살라는 말인가. 밑바닥 삶에 대고 최상의 고매한 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 잔인할 것 아닐까. 심지어 자신들도 갖고 있지 못한 그 기준을 말이다. 


   실비오는 여기에 대고 ‘인생은 아름답다’고 말한다. 결국 삶을 긍정하는 태도, 초월한 태도가 그가 향할 수 있는 최선의 장소인 모양이다. 

   이건 정말 말 그대로 정신승리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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